꾸밈없는 언어와 깊은 서정으로 개성적인 시세계를 탄탄하게 굳혀 온 오세영 시인이 신간 시집 <등불 앞에서 내 마음 아득하여라>(서정시학)를 출간했다.
오 시인은 1960년대 중반 현대문학지 추천으로 등단했다. 등단 이후 꾸준히 문단의 주목을 받아 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감성적 언어와 감각적 이미지를 조합해 서정의 신세계를 제시한다.
“아무 충격도 없었는데 거실 벽에 소중히 걸어둔 액자 하나가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져 박살이 났다. 순간, 그림 속 한옥 정자 한 채와 하늘을 나는 몇 마리 새와 허수아비처럼 우두커니 그들을 지켜보던 한 노인의 구도가 허망하게 깨져 버린다.(…중략…)//아름다운 사람아. 너를 보내며 나 지금 후회하고 있거니 그간 너를 잃지 않으려고 나는 네 가슴 깊은 곳에 그만 못을 치고 살아왔나 보구나.”(‘파경’ 중에서)
시인의 내공이 돋보이는 시들은 섬세하고 정련된 시어로 삶의 고통과 슬픔을 보듬는다. 특히 상황과 감정의 이면을 인식하는 시인의 너른 시야는 독자에게 묵직한 통찰을 전달하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집에는 ‘어두운 등불 아래서’를 포함해 60편의 시를 각 부에 15편씩 4부로 나누어 실었다.
조강석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해설을 통해 “오세영 시인의 신작 시집은 내밀함 속에서 삶이 아득해지면 아득한 것에 비추어 일상의 모든 구차함이 부끄러운 때가 도래한다”며 “형이상학과 물리학 사이에서, 위대함과 소소함 사이에서 발생한 순간들에 집중된 사유의 열전에 비견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잔잔한 어조로 진행되지만 한 생만큼의 격동을 구조 속에 담고 있어 화자가 도달하게 되는 것은 파국이 아니라 무심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1942년 전남 영광 출생인 시인은 전남과 장성, 광주, 전주 등지에서 성장했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그동안 시집 <시간의 뗏목> <봄은 전쟁처럼> <문 열어라 하늘아> <바람의 그림자> 등을 펴냈다. 또한 <한국현대시인연구> <시쓰기의 발견 등> 다수의 책을 출간했다. 목월문학상과 정지용문학상, 소월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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