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도자료에 의하면 2000년 중반에 「인간게놈」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리라 한다. 「게놈」이란 '생물 한 종(種)이 가지고 있는 염색체의 기본 수(數)'로 독일의 "빙클러"라는 과학자에 의해 정의되었다. 학문적으로 「게놈의 도표화」란, 「게놈」의 개념을 이용하여 유전의 모든 현상을 분석(1930년대 일본의 기하라 히토시 박사에 의해서 학설이 확립됨)하는 것을 의미하며 2025년을 전후하여 유전자에 대한 신비가 벗겨질 전망이다.
물론 "인간게놈"에 대한 완전한 해석은 첫째, 인간을 유전자적 질환으로부터 해방시켜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켜 줄 수 있으며, 둘째, 인류가 오랫동안 꿈꾸어 왔던 우생학을 실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신체의 DNA에 미묘한 변화로 우리 생명을 한 뼘 정도 연장시킬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된다. 설사 아담과 이브가 인간세계에 죽음을 몰고 왔으며 이로 인하여 기독교 신화가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또한 정신이상자, 간질환자, 신체장애자 및 에이즈 환자들에 대한 피임을 지지하기보다는 유전자 개량으로 이들에게 치료가 가능하고 인간다운 삶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게놈」에 대한 완전한 해석과 현실적 응용이 실현가능해 질 때 과연 이러한 좋은 점만 우리에게 주는 것인가? 「게놈」의 조작은 인간구성 및 행태를 변하게 할 수 있고 그 변화에 대한 어떠한 조치를 취하려고 할 때 는 이미 늦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게놈」의 조작은 ①환경파괴 ②민주주의의 파괴 ③지식의 한계성을 노출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 시키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환경 파괴로 인류의 종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이다.
게놈의 조작은 환경파괴로 인하여 지구와 함께 사는 이웃으로서 인간이 아니라 750억 톤이나 되는 지구생물자원의 잔인한 파괴자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있다. UN의 식량농업기구 자료에 의하면 50억 인간의 총 무게는 2.5억 톤으로 지구생물자원의 0.33%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 총 무게의 4배가 넘는 물고기·갑각류의 10%를 매년 인간이 포획하고 있으며 이는 인간자신과 인간이 사육하고 있는 동물의 먹이로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지배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이 약 100년 후에는 현재 인구의 2배가 넘는 100억이 될 것이라 한다(게놈의 조작에 의해 가능성은 높아짐). 비율로 보면 0.33%에서 0.66%로 미미한 증가이고, 몸집이 큰 야생동물은 큰 폭으로 감소하고, 나무·식물·해초류에서는 적은 감소가 예상된다. 그리고 유전자 변이로 가슴살이 2배 이상 증가한 닭, 젖이 너무 커서 누워지내야 하는 젖소, 그물에 걸리고 싶어하는 욕구를 가진 물고기 등의 출현으로 식량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방법을 몰랐던 1790년부터 현재까지 지구상 인구는 800%나 증가해 왔지만 인간은 지구공동체에서 좋은 이웃이었다. 그러나 인류는 경솔한 장님처럼 화석연료, 다이너마이트와 불도저, 화학비료와 농약,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등으로 1년에 2만 여종의 동·식물을 지구상에서 멸종시키고 있다.
인간이 총 생물자원의 0.33% 밖에 이르지 않다 하더라도 지구상 모든 오염의 99%는 인간이 저지르고 있다. 「인간게놈의 도표화」완성과 더불어 이러한 수치에 대해서 아주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구환경은 균형인 상태에서 존재해 왔으며 이러한 현상은 지속되어야 한다. 과학적으로 대기권의 다양한 가스비율과 바다 속에 녹아있는 염분과 같은 화학물질이 수 백 만년 동안 유지되어 왔다는 "가이야(Gaia)가설"과 같은 균형개념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인간의 욕망과 절제간의 정신적 균형 또한 인간의 수명연장에 절대적인 요소라는 점이다. 풍부한 에너지와 소비재로 호화스러운 선진국가의 삶을 보아왔던 수 십억의 빈곤계층 인류가 그러한 풍요로움에 대한 욕구를 쉽게 포기하리라고 생각할 수 없다. 과거에 굶주려 왔던 수 십억의 인류와 풍요로움에 가득 찬 인류사이에 새로운 정신적 균형이 탄생되어야 한다.
인간이 지구생물체와 함께 사는 이웃, 물질적 소비·욕망에 대한 계층간 균형이 유지될 때 50억 인간을 위한 자리는 있고, 「인간게놈」에 대한 완전한 이용으로 100억이 되더라도 그 이상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면 우리 인간은 대단한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게놈의 도표화」로 인한 유전자변이는 생산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성재환(원광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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