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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아이를 유학 보내는 심정으로

올 봄 막내 딸아이가 집에서 가까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입학식 당일에만 보호자가 동행하고, 그 후에는 자녀 혼자서 등교하게 하는 학교 방침"에 학부모님의 협조를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그 후 며칠 동안은 아내가 등교 하교하는 딸을 "멀리서 지켜보며" 따라 다니다가, 이제는 같은 아파트의 친구들과 같이 등교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 마음속에 다소의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처음으로 혼자서 학교에 다녀온 아이를 보고, 미래의 가능성을 보는 것 같아 크게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한다. 훗날, 딸아이가 진학하기 위해 서울이나 혹은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면, 처음 떠나보내는 날, 부모된 우리의 심정은 어떠할까? 그리고 반년 또는 일년이 지나서 장학생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지난 100년 동안 우리 사회가 겪어온 급격한 역사적 변화의 와중에서, 새로운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아쉬움의 흔적들을 느낀다. "군신, 반상"으로 대표되는 경직된 신분 체계의 이조 왕정 말기에서, 우리나라의 일차산업 자원을 효율적으로 수탈하기 위해 재편된 일제 강점기의 사회 구조로 넘어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놀람과 절망"이 있었을까? 1960년대 이후 2차 산업의 발전과정에서, 농사를 짓는 것보다 농기계를 생산하거나 비료를 생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 같은 풍조가 만연하였을 때, 대대로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분들의 느낌은 어떠하였을까? 새로운 산업의 도래는 이 시대에도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자동차나 컴퓨터 등의 공산품을 외국에 대량 수출하여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것이 국가경제를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알아 왔던 우리에게, 영화 한편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연간 총 이익을 상회하는 이익을 창출하였다거나, 야구 선수의 연봉이 수억을 넘는다든지, 혹은 미국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사업을 시작한 어떤 분이 다수 기업체의 총수가 되었다는 등의 소식은 3차 산업의 엄청난 잠재력으로 다가온다. 이와 같은 3차 산업의 잠재력에 놀란 우리를 더 몰아 세우는 일이 생기고 있다.

 

우리는 기존의 산업 분류체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산업시대에 이미 진입하였다. 즉 1차, 2차, 3차 산업이 주종을 이루던 체제에서 전혀 새로운 차원의 산업이 파생되어, 미래 국부의 규모와 국가의 경제적 위상을 좌우할 듯이 다가오고 있다.

 

일본 정보산업계의 "손정의"씨가 국제적 거부들의 서열에 들었다하고, 최근까지도 자주 들어 본적이 없는 어떤 벤처기업은 현대건설의 규모에 상응하는 "자금"을 보유한 기업으로 급성장하였다 한다. 많은 이들이 공무원들 모두가 컴퓨터를 통한 정보의 활용 및 응용에 능해야 한다고 하고, 주부들의 컴맹 탈출은 필수라고 아우성이다. 그야말로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래서야 제조업을 할 기분이 나겠느냐"는 목소리도 있고, 어떤 이들은 "위험을 안고 있는 거품 산업이 아니냐" 또는 "정보가 산더미처럼 많다고 한들 거기서 무슨 물자가 생기겠느냐"는 걱정도 하고 있어 새로운 시대에 대한 많은 이들의 당혹감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 흐름은 "다수가 놀라거나 화를 낸다고 하여" 역류하게 될 리 만무하다. 오히려 이러한 흐름을 조심스럽게, 그러나 기대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지난 역사에서 2차 산업은 1차 산업의 효율을 높여, 최근에는 1960 년대에 비해 극히 적은 수의 농민들이 "미곡생산" 기록을 갱신해 가고 있고, 3차 산업은 1차 및 2차 산업을 도와 필요한 종사인원 수를 격감시킴으로, 새로운 차원의 산업에 종사할 인력의 여유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온 것이 아닌가.

 

이제는 "머뭇거릴 시간의 여유가 더 이상 없는 급박한 시대의 흐름"에 처해 있다. 고차산업으로 진입한 이번의 변화는 우리의 국운 상승을 위한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매우 적극적이고 낙관적으로 시대의 세계적 흐름의 한 복판에 서야 한다. 막내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심정으로, 또는 농부가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까지 돌보는 심정으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정성껏 살다 보면 이는 어려운 일이 아니리라. 그러나 우리의 기상이 "그 아이를 유학 보낼 때"의 신뢰와 기대의 경지에 이른다면 이는 쉬운 일이리라.

 

/이원호 (군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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