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천왕봉에 일출을 보러 오세요/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망연자실 아무나 오지 마시구…
이원규(李元揆)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싯귀(詩句)의 첫 머리이다. 굳이 천왕봉의 해돋이 뿐만이 아니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지리산이라면 가슴부터 설레이게 하는 어머니 품안 같은 산이다. 그 자락이 길고 깊고 넓어서 사계절 어느 한 봉우리마다에 자연의 숨결이 살아 숨쉬지 않는 곳이 없다.
지리산은 천왕봉 말고도 노고단의 구름바다, 반야봉의 저녁 노을, 피아골의 단풍이 모두 절경이다. 또 있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철쭉꽃의 장관을 빼놓을 수 없다. 장터목과 세석평전, 가깝게는 남원시 운봉읍 바래봉의 철쭉 군락지는 마치 꽃방석을 펼쳐 놓은 듯 산자락을 붉게 수놓아 보는 이들의 넋을 빼놓는다. 그중에서도 바래봉 철쭉은 색깔이나 군락형태로 보아 전국에서 으뜸이다.
해마다 5월이면 세석평전과 함께 철쭉제가 이 바래봉에서 열린다. 전국에서 시즌동안 대략 70만명 이상의 등산객과 관광객들이 몰려 드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남원시가 철쭉을 시의 꽃(市花)으로 지정하고 봄철 대표적 관광상품으로 철쭉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 철쭉 군락지가 훼손되고 있는 모양이다. 원래 운봉 면양목장의 초지였던터라 이를 관리하는 축산기술연구소측에서 이곳에 초지를 확대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 군락지 가운데 수천평이 뽑혀져 나갔다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남원시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20여억원을 들여 진입로 개설, 주차장 공원화사업등을 추진하고 있다는데 이처럼 행정기관끼리도 손발이 안맞아서야 어찌 되겠는가. 자연이 주는 귀중한 관광자원이 축산진흥이라는 명목에 밀려 점차 사라지는 비극만은 막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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