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만물 모든 것에는 각자 제 자리가 있게 마련인가 보다. 그래서인지 무엇이 제 자리에 있을 때는 가지런하고 아름답지만 제 자리에 있지 않을 때에는 오히려 무질서하고 추하게 보인다. 밥알이 밥그릇에 담겨져 있을 때에는 먹음직스럽지만 얼굴이나 옷자락에 묻어 있으면 지저분하고 칠칠맞게 보일 것이다.
자리의 뜻을 이렇게 새겨 볼 때 사람들은 저마다 제 자리를 알고, 제 자리를 지켜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자리에는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앉아야 하는 것이다. 이리 저리 빙빙 돌아가는 회전의자라 해서 앉으면 다 주인인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얼굴에는 입과 코 그리고 눈의 자리가 있고, 가정에는 부모와 자식의 자리가 있듯이 사회에도 각자의 자리가 있는 것과 같을 것이다.
또한 모든 자리에는 거기에 걸맞은 구실이 있고 몫이 주어지기도 한다. 어머니가 되기는 쉽지만 어머니의 구실을 하기는 어렵고, 스승이 되기는 쉽지만 스승의 몫을 다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저마다 제 도리를 다하고 제 역할을 다 할 때에 제 자리는 빛이 나고 의미가 더해지는 것이다.
사람은 사람 구실을 하고, 학교는 학교 구실을 하고, 나라는 나라 구실을 다 할 때에 비로소 제 자리가 바로 서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저마다 제 자리를 찾고 지키지 못하기 때문에 기강은 무너지고 질서는 어지러워지며 혼란은 가중되는 것이다.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매이는 우리의 현실이 말없이 이러한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즉, 가족은 있으나 가정은 없고, 선생은 많으나 스승은 드물고, 정치꾼은 범람하지만 진정한 정치인의 부재 현상을 드러내는 것이다.
정의의 원리에 입각한 이상국가를 구현하려 했던 플라톤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제각기 제 자리를 지키면서 남을 침범하지 않는 것을 정의(正義)라고 하였다. 요즘, 원유가 인상에다 증시 불안 등으로 서민들은 그저 불안하기만 하고, 등이 휘어지려 하는 판에 정치판은 여전히 티격태격만 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모든 사람들이 제 자리 찾기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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