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최초로 통일시킨 진시황(秦始皇)은 오래 살고 싶은 욕망으로 신하들에게 불로장생(不老長生)하는 약초를 구하게 했다. 그러나 불로초는 구하지 못했고 그의 수명은 50세로 다 했다. 고대 그리스인의 수명이 19세였고 16세기 유럽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21세였다는 기록을 보면 기원전 2백10년에 죽은 진시황의 50세 수명이 결코 단명이라고 할 수는 없을듯 하다.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한다. ‘인생은 고해(苦海)’ 어쩌고 하지만 노인이 ‘지겨운 세상, 빨리 죽고 싶다’는 넋두리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 실 본능은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하는 쪽이다 생노병사(生老病死)가 다 태어날때 결정되는 운명이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 들이기보다 영생불멸의 신의 축복을 더 기대하는 것이다.
질병의 극복, 노화 원인의 발견과 예방, 생활조건의 향상 등으로 21세기에는 사람들이 훨씬 오래 살 수 있다는게 의학계의 보고이다. 우리나라도 오는 2020년께는 평균 수명이 85세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인간 게놈의 발견 등으로 이론적으로는 10여년 뒤에는 1백20세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98∼99년 실시한 국민건강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지난 71년의 62.3세에서 97년엔 74.4세로 26년동안 12.1세나 높아졌다고 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수명 85세 시대 달성이 결코 어려워 보이지 않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삶의 질이다. 속말로 벽에 ×칠하면서 1백세까지 살면 뭣하겠는가. 치매나 암 등 불치병으로 가족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며 연장하는 삶은 축복이 아니라 그야말로 고해일뿐이다. 실제로 복지부 발표로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을 나타내는 ‘건강수명’은 98년 현재 64.3세로 국민들이 평균 10년 이상을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백명당 만성질환자수인 ‘만성질환 유병율’이 92년 20.5%에서 98년 41%로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오래 살되 건강하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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