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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過恭 은 非禮’



 

자유당 시절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이 낚시를 하다가 방귀를 뀌었다. 옆에서 모시던 각료 한 분이 듣기에 민망했던지 한마디 거들었다.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그 유명한 ‘방귀 아부학(阿附學)’의 내력이다.


 


중국 고전에 한 아첨꾼의 방귀이야기가 나온다. 생전에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이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심판을 받으러 나갔는데 바로 그때 염라대왕이 방포일성(放砲一聲)을 터뜨렸다. 이 아첨꾼이 기회를 놓칠세라 재빨리 ‘방귀찬송’ 한 수를 지어 바쳤다.


 

 ‘금빛 엉덩이로 보배같은 향기 피우셨네. 그 소리 관현악같고 그 냄새 난향이어라. 신하된 몸 그 아래서 그 소리와 향기에 몸둘곳을 모르겠네…’염라대왕이 듣고는 흐뭇해 하더니 그의 명을 10년간 연장해 주었다.


 

10년후 수명이 다 한 그가 거들먹거리며 염라대왕앞에 다시 나가자 염라대왕이 옛날 생각이 났던지 씽긋 웃더라고 한다. 아부나 아첨은 명계(冥界)에서도 통한다는 뜻일까?


 


이승만 대통령때에는 ‘지당(至當) 장관’ ‘낙루(落淚)장관’등 지나친 아부로 노인네의 총기를 흐리게 하는 각료들이 세인의 입줄에 오르 내렸다.


 

‘인(人)의 장막’을 친 장본인이 그들이다. 그런가 하면 박정희(朴正熙)대통령 시절에는 스스로를 둔마(鈍馬)로 낮추면서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짐한 장관도 있었다. 흔히 곡학아세(曲學阿世)의 대명사처럼 불리웠던 그는 훗날 건강을 해쳐 불운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아부나 아첨하는 정치인은 어느 정권때나 있는 모양이다. 얼마전에도 민주당에서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긴 어느 의원이 ‘한 마리 연어가 되어…’어쩌고 하면서 대통령에 충성맹세를 해 세간의 화제가 되더니 한 야당의원은 또 자기 당총재를 ‘왕이 될 사람’이라고 아첨하는 발언을 해 사람들을 웃긴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로 법무장관에 임명된 안동수(安東洙)장관의 취임전 소감자료가 언론에 공개돼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가문의 영광인 중책을 맡기시고…’ ‘대통령님 성은에 감사하오며…’는 아무래도 지나친 과공(過恭)인 것 같다.


 

하긴 정치인의 정치적 수사(修辭)쯤으로 가볍게 넘기면 그만일 수도 있지만 국민들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은 시점인지라 그만 비례(非禮)가 되고만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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