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뭄은 우리나라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남한지역은 1백년만에 최악이요 북한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해 1천년만의 왕가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조선중앙TV에 출연한 북한 기상수문국의 한관계자가“이번 가뭄은 역사적으로 유래가 없는 1천년만에 한번이나 있을법한 왕가뭄”이라고 했다고 하니 가보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할만 하다.
요즘 농촌 들녘은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미철 모내기를 못한 논에 물대기를 하기 위해 9∼10㎞나 떨어진 곳에서 10단계 양수작업을 하고 포도 한그루, 고추 한포기 살리기 위해 물동이를 지고 들판을 누비고 있다.
물론 공무원·군인·정치인 할것없이 모두 힘을 보태고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소방차와 레미콘 차량까지 동원, 물대기를 하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공업용수를 농업용수로 제공하는가 하면 심지어 숙박업소 수도 꼭지를 틀어 타들어가는 농작물을 적셔주고 있다. 정말이지 눈물겹도록 고마운 일이다.
그러니 단비가 내려 해갈만 되면 농촌은 다시 버림을 받는다. 중장기 급수 대책으로 중소형 댐 건설계획을 세웠다가도 환경파괴 운운하며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면 슬그머니 없었던 일로 돌려버리고 기왕에 파놓은 관정조차 제대로 관리를 못해 쓸모없이 만들어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어디 그뿐인가.
농민들은 풍년이 들면 풍년이 든대로, 흉년에는 흉년대로 걱정이고, 수매가에 울고, 수입농산물에 울고, 각종 불균형 정책에 비애를 느껴야 한다. 농가빚 또한 계속 늘어 지난 62년 통계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가구당 2천만원을 넘어섰다.
농촌 실정이 이렇게 참담하다보니 탈농(脫農)현상이 계속 이어져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년전 대비, 무려 1천만명이나 줄어들었다. 마침내 우리나라도 농업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1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농촌에 아기 울음소리 그친지 오래고 초상이 나도 상여를 맬 젊은 인부가 없다고 한다. 이런 추세로 농촌의 공동화(空洞化)가 진행된다면 나중에는 국방의 의무를 치르듯‘농민의 의무’를 하나 더 추가해야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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