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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살아있는 한 절망하지 않는다

 

1914년 일이다. 남극의 탐험가 새클턴은 의사, 철학자, 기상학자, 물리학자, 목수, 요리사, 밀항자, 선원등 27명과 함께 ‘듀어런스’란 호를 가진 배를 타고 1914년 8월 영국을 떠나 출정하였다. “우리는 성공하거나 아니번 죽을 것입니다”라는 신장 섀클턴의 말처럼 그들의 출발은 위대한 모험의 도전과 위험 그 자체 였다.

그러나 예상보다 훨씬 탐험은 순조롭지 못했다. 북극에 도착하여 얼음이 뱃길을 열기까지 기다려야 했고 드디어 남극 탐험이 시작되었지만 얼음 두께가 2-3키로나 되는 부빙들에 갇혀 꼼짝도 못하고 바다에 떠있는 상대로 사계절을 보내야 했다. 섭씨 영하 20-7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와 폭풍속에서 물개를 잡아 식량과 기름을 얻고 고기떼를 기다리며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하고 거대한 얼음 조각이 부딪치며 떠내려오는 압력으로 배마저 파선하고 말았다. 배와 함께 침몰하지 않으려면 배를 버리고 탈출하지 않으면 안되었는데 이미 두께가 고작 2미터로 얇게 녹아진 얼음 위에 텐트를 치고 살아가야 했다. 

인제 깨어질지 모르는 얼음 위에서 때로는 하루에도 수십만 키로를 반대 방향으로 표류하며 악전고투를 하는 이들을 사람들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들의 실종 보도가 있은 후 2년이 다된 어느날 더럽고 지쳐 있으며 마구 자란 수염으로 사람이라고 믿어지지 않 는 행색을 한 세 사람이 사우스조지아 섬에 나타나 구조를 요청했다. 1%의 가능성도 없었지만 돛단배를 만들어 시도 한 항해가 성공한 것이다.

2001년 한해는 마치 녹아내리는 얼음위에서 표류하듯이 살아가기가 몹시 힘들었다. 마음을 열고 의지 할 듯이 없어 방황했으며 계획했던 일들을 도처의 암초에 부딪쳐 산산조각이 되어 버렸다. 의식의 곳곳에 좌절과 절망 분노의 부빙 들로 인해 뒤틀리고 부셔지며 침몰하고 있으며 무력감은 자꾸자꾸 크게 번지고 있다. 

마음과 세상의 어디를 보아도 희망을 찾기 어렵다. 전쟁과 기근, 폭력가 굶주림이 난무하는 이 상황에서 세상은 더 이상의 희망시아가 온다고 해보 별로 뾰쪽 할 게 없을 듯한 현실이다. 마치 떠밀리는 얼음 조각에 텐트를 치고 사는 것처럼 불안과 죽음 이 불어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런데 희망이 없어도 생명은 존재한다. 살아서 움직이고 성장하며 고통을 견뎌내고 현실을 정복하기까지 한다. 생명은 힘이고 남아 있는 가능성이다. 따라서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겨울에도 뜨거운 물이 흐르듯이 무덤에서도 생명은 태어난다. 나치가 체코를 진압하고 유대인들을 색출하여 죽이기 시작했을 때 공동묘지에 숨어 있다 살아 남은 베르나는 나치 전범을 재판하는 자리에서 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어느날 그 지하 공동묘지에서 한 여인이 아이를 낳았단다. 숨소리도 조차 부담스런 상황에서 산고의 신음은 저주와도 같은 것이었다. 온갖 질시를 받고 태어나는 아이를 손에 받아든 한 노인이 이렇게 외쳤단다. 

“하나님 이 아이가 메시아입니까”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곳에서 생명이 태어날 수 있습니까? 그런데 태어나 지 사흘이 안된 어린아이가 말라붙은 젖줄기를 부여잡고 있을 분 어린것의 입술조차 적셔 주지 못하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을 흐르는 눈물을 받아 먹더란다. 

생명은 이런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내는 한해가 힘들고 절망적이라 해서 다가오는 새해를 향해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어둡고 척박한 현실에서 생명은 탄생하고 자란다.

 

 

/ 이혜숙 (한일장신대 겸임교수. 롯데어린이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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