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길고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이제 한여름의 뜨거운 햇살이 대지를 달굴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고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사스(SARS)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여전히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4분기중 3.7%로 낮아졌던 경제성장률은 2/4분기 들어 2%대로 더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지난달 한국은행과 KDI는 금년중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4%대에서 3.1%로 수정 전망하였다. 수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지난해 하반기중 수출실적이 좋았던 데 따른 반사효과로 향후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고 소비와 투자 등 내수도 회복세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는 데 따른 결과다.
생산이 부진하면서 실업률도 상승세다. 얼핏 보면 지난 2월 3.7%까지 상승했던 실업률이 최근에는 3%대 초반으로 하락한 모습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의 실업률 하락은 농번기 도래, 기후 조건 개선에 따른 건설활동 증가 등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계절요인을 조정한 후의 실업률은 연초 3.0%에서 꾸준히 상승하여 6월에는 3.6%로 높아졌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지자 정책 당국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기침체를 완화하고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5월중 0.25% 포인트 낮추었던 콜금리 목표를 7월 들어 같은 폭으로 한차례 더 인하하는 한편 8월부터는 지방중소기업 및 수출중소기업에 대한 한은 총액한도대출을 1조 2천억원 증액하였다. 또 자동차 등에 대한 특별소비세 인하 방안과 4조 5천억원의 추경예산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내수 진작을 위한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특히 투자 촉진을 위한 정부의 대책은 주목할 만 하다. 금년 하반기중 기업들의 설비투자액에 대해서는 법인세 공제율을 10%에서 15%로 확대하였고 연구개발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소득의 12%로 정해진 최저한세율 적용을 배제키로 하였으며 대기업도 연구개발관련 인건비 투자에 대해 동일한 혜택을 주기로 하였다. 또한 금년 들어 급격히 감소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기업 임직원에 대한 소득세를 줄여주고 외국인 투자관리체제를 단순화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정부가 투자 활성화에 나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2001년중 9.6% 감소하였던 설비투자는 우리 경제가 완만하나마 회복기에 있던 지난해에도 6.8% 증가에 그쳤고 올해는 이보다도 낮은 1%대 증가에 머물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에서 설비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성장잠재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되어 왔다.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될 경우 현재는 물론이고 향후 성장가능성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경기부양책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현재의 투자 부진이 기업들의 투자자금 부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고 투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기인하는 만큼 금리 인하나 세액 공제와 같은 투자비용 절감 정책이 큰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투자는 결국 수요가 늘어나고 기업의 투자심리가 회복되어야 하는 만큼 소비심리 회복과 노사관계 안정 등 투자 여건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적절한 지적이고 정책당국이 새겨들어야 할 충고라고 생각된다.
통계청이 며칠 전에 발표한 6월중 산업생산동향을 보면 소비는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그 폭이 줄어들고 산업 생산은 7.8%의 큰 폭 증가를 기록하였으며 투자도 감소세에서 벗어나는 등 우리 경제가 바닥을 탈출할 조짐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지루한 장마의 끝과 함께 우리 경제도 침체에서 벗어나 활력을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최성주(한국은행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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