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신문의 한 구석에 작은 화제거리 정도로 등장했던 소떼 이야기는 얼마후 온 나라, 온 국민을 들끓게 한 큰 사건이 되었다. 이른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어 북한을 방문하고 싶다는 발언이 몰고 온 대사건이었다.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회의가 제기됐던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와의 판문점을 통한 방북은 우여곡절 끝에 남북 양측의 허가를 받아냈고, 소떼의 이동을 위해 특수제작된 가축운반용 화물트럭을 사용키로 함에 따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빠른 시일내에 소떼 1000마리를 실어나를 트럭 100대를 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남북 분단 이후 반세기만에 민간인이 정부관리의 동행없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 방문을 처음으로 실현한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은 한반도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대사건이었다.
특히 소떼 1000마리와 함께 판문점을 넘는다는 사실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일대 사건이었으며, 이에 따라 내외신 기자들이 이의 취재를 위해 몰려들었고 세계인의 시선이 정주영 명예회장과 소떼에게 쏠렸다.
이 일은 일명 '정주영 소떼 방북'이라 불리며 미국의 뉴스 전문채널 CNN에도 생중계됐다.
또다른 외신들도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남북한이 최초로 휴전선을 개방했다고 다뤘다. 더불어 미국과 중국사이에 '핑퐁외교'가 있었다면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은 '황소외교'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소떼를 운송할 트럭을 제작하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도 일단의 눈길이 집중되었다.
분단 이후 최초의 대규모 민간교역을 의미하는 소떼 방북에 쓰일 트럭들은 민간 주도로 남북통일을 견인해 나갈 견인차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북한땅에 현대자동차의 마크를 달고 수출되는 최초의 자동차라는 사실도 적지않은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이렇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차량이었던만큼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으로서는 방북 소떼 운송용 트럭 제작에 각별히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방북 소떼 운송용 트럭 제작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남북통일의 견인차를 생산해 낸 곳이라는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자칫 불량이라도 발생해 소떼 운송도중 차가 고장이라도 났다가는 취재를 위해 몰려든 내외신 기자들을 통해 현대 상용차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전 세계에 전파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최악의 상황만 발생되지 않는다면 방북 소떼 운송용 차량 제작은 현대 상용차의 존재를 세계 만방에 알릴 절호의 기회였다.
방북 소떼 운송용 트럭 제작이 시작되면서 정주영 명예회장의 방북과 관련한 내외신 기자들의 관심은 자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으로도 집중되었다.
그 결과 울산공장의 그늘에 가려 그동안 전라북도에도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었느냐는 식으로 그 존재가 일반에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존재는 순식간에 내외신을 타고 국내 방방곡곡과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소떼 방북을 위한 트럭을 제작해야 하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작업에 임하는 자세는 평소와 같을 수 없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방북 소떼 운송용 트럭을 제작함에 있어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정성을 기울임으로써 완벽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공장장 이하 전 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혼신의 힘을 다했으며, 그 결과 방북 소떼 1차분 운송용 트럭 50대가 1998년 6월 완성됐다.
이렇게 제작된 차량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방북일 하루전 소떼를 싣기 위해 내외신의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서산농장을 향해 출발했는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보전요원들로 조를 편성해 차량행렬에 동참시킴으로써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방북 소떼 운송용 트럭은 무사히 서산농장에 도착, 소떼를 싣고 판문점에서 정주영 명예회장과 합류해 마침내 굳게 막혀 있던 판문점의 벽을 넘어 민간 기업 차원에서는 최초로 북한 땅을 밟았으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민간차원의 교류시대를 개막해 남북 통일을 앞당기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소떼 방북에 참여해 견인차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남북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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