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남원시장 보궐선거에서 '코스메틱 클러스터'라는 산업이 새로운 공약으로 등장했다. 현 남원시장이 전략산업에 관한 애정을 가지고 여러 가지 일을 추진해 온 터라 이것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이미 과학적인 기술 축적, 과감한 투자와 연구, 널리 명성을 갖고 있는 화장품산업에 뛰어드는 일은 그 시작부터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신산업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에 추진해 온 '허브클러스터사업'과의 연계를 통한 사업추진이 반드시 필요하며 아래와 같은 전략이 주요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접점산업을 발굴하는 것이다. 그 접점산업은 현재 산업 트랜드에도 맞아야 한다. 그렇다면 허브와 화장품산업의 접점은 무엇일까? 바로 아로마산업이다.
둘째는 벤치마킹대상의 도시를 찾아야 한다. 한국에서 허브관련 산업을 하려는 대부분의 도시들은 일본의 홋가이도 후라노를 모델로 삼았다. 하지만 모두 경관중심의 사업이었기 때문에 남원이 진행하려는 사업에 적합한 벤치마킹대상은 아니다. 그래서 이번 아로마산업은 향의 수도(the capital of perfume)라고 부르는 프랑스 그라스시를 벤치마킹대상으로 선정해야 한다. 그라스시는 중세시대에는 가죽가공업의 도시였으나, 가죽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던 향료를 사업화하는 조향사들이 나타나면서 향수산업이 발달하게 되었다. 현재는 프랑스 향수원액과 아로마 오일 원액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향의 수도'가 되었다. 산업 목적에 부합하는 이런 도시들과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서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셋째, 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단계별사업계획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통용되던 산업화단계는 '1차 농산물 재배'→'2차 농산물 가공'→'3차 외식서비스업'의 단계였으나, 이러한 체제로 산업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필자가 그라스시를 방문했을 때 산업보좌관으로부터 들은 말이 있다.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을 시작할 때는 시장과 가장 가까운 사업을 먼저 선정하고, 3차 : 아로마스파와 아로마테라피, 그리고 2차 : 아로마 및 향수제조업, 맨 마지막에 1차 : 아로마 원재료인 허브식물재배업의 순서를 따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시장리스크가 큰 1차 산업을 맨 마지막에 하라는 것이다. 그라스시도 아로마원액이나 향수원액의 재료가 되는 농산물은 대부분 아프리카 중남미나 호주에서 수입한다고 한다. 같은 소재로 시작하지만 무엇을 선행 조건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이 현대 산업구상의 전략이다.
넷째, 새로운 산업군을 시작하는 단계이니만큼 연구소 설립도 빠뜨릴 수 없다. 아로마산업과 함께 진행하기 위한 '국립천연향연구소'와 같은 한국의 대표향에 관한 R&D를 담당하는 국책연구소의 설립을 건의해서 탄탄한 산업기반이 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산업과 문화, 주민생활이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지는 통합전략을 세워야 한다. 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옷이다. 건물과 이름만 즐비한 단순한 산업도시가 아니라 향에 걸맞은 문화가 있어야 하고, 주민들의 일상에서도 다른 지역과는 달리 향에 대한 개념이 적용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시의 악취를 없애는데 집중하는 등 직접적인 산업 이외에도 신경 써야 한다. 도시는 통일성을 지닐때 더욱 아름다워지고 살기 좋아진다. 문화와 주민생활에 향을 접목시키면 향의 도시 남원의 전략이 극대화될 것이다. 향기 나는 산업, 향기 나는 문화, 향기 있는 주민생활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남원은 그간 여러 단체장을 거치면서 허브라는 새로운 산업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다. 이제 그 관심이 꽃을 피워야할 때다. 개화가 늦은 이유는 '허브'라는 개념의 모호성에 때문일 수 있다. 이제라도 명확한 산업군을 선정해서 고도의 집중력을 가지고 달려야 한다. 남원의 상징은 춘향(春香)이다. 춘향은 봄의 향기다. 올 봄 춘향의 고장 남원에서 향기 나는 산업, 향기 나는 문화, 향기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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