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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아파트서 진행하는 생태교실 "도심 속 나무·풀·곤충들과'이야기 꽃'피워요"

시민들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태학습장 각광 / 전북녹색연합-전주 현대자동차 사회공헌사업… 매월 1회 실시

   
▲ 아파트 화단에 핀 샤프란.

삭막한 콘크리트의 공간인 아파트에서 어떻게 생태교실이 열릴 수 있을까. 의아스럽지만 벌써 6개월째 생태교실이 진행되고 있다. '아파트에서 만나는 풀꽃이야기', '아파트에서 만나는 새 이야기', '아파트에서 만나는 곤충이야기', '아파트에서 만나는 나무이야기' 등을 주제로 매월 생태교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 충청 이남의 남쪽지역에만 사는 남방제비나비.

"이 나비는 남방제비나비라고 하는데요, 충청도 이남에만 살고 주로 해안가를 중심으로 사는 귀한 나비입니다. 그런데 이 나비가 이곳 아파트에서 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텃밭에 유자나무를 심었기 때문이예요. 유자나무는 남방제비나비가 알을 낳는 나무입니다. 아마 유자나무가 없었다면 남방제비나비가 이 아파트에 살 수 없었을 겁니다"

 

곤충전문가 하정옥씨의 설명에 "아하!" 하고 다들 신기해 한다.

 

전주시내 중심에 있는 아파트에서 진행되는 생태교실 풍경이다.

   
▲ 벚나무에 앉아 있는 말매미를 관찰하는 아이들.

아파트생태교실이 열리는 장소는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 소재한 주공3단지아파트이다. 지은 지 30여년이 된 이 아파트는 재건축승인이 난 곳으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곳이기도 하다.

 

아파트를 둘러보니 5층 아파트보다 높은 메타세콰이어, 벚나무, 단풍나무, 개잎갈나무(희말라야시더) 등 다양한 나무가 울창하게 심어져 있고, 다른 아파트에 비해 넓은 녹지공간에 풀밭이 있다.

 

또한 바로 옆에 완산공원이 있어 직박구리와 참새 등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시끄럽기 까지 하다. 족제비까지 살고 있을 정도이다.

   
▲ 개망초를 꺾어 꽃다발을 만드는 아이들.

"그 동안 생태교실이 주로 산이나 하천, 갯벌 등 자연생태계가 우수한 공간에서 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곳들은 도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사는 공간은 아닙니다. 시민들의 삶터 주변에서 생태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이 아파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파트 생태교실을 진행하고 있는 전북녹색연합 활동가의 이야기다. 사실 모든 아파트에서 생태교실을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며, 그나마 오래된 저층아파트가 나무와 풀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라 생태교실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아파트 생태교실에 참여한 김소영씨(전주시 평화동)는 "예전에 이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나무도 많고 참 좋다"면서 "아이들이 곤충과 동물에 관심이 많아 함께 참여하고 있는데, 아파트에서 친숙한 곤충과 풀들에 대해 알게 되니 더욱 새롭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런 프로그램이 더욱 많아 졌으면 좋겠다"라며 흐믓해 한다.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해도 예산이 없으면 쉽게 실행하기 어렵다. 다행히 '아파트 생태교실'은 전북녹색연합이 제안하고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사회공헌사업으로 승인하여 진행할 수 있었다.

   
▲ 전주시내 한 아파트에서 진행되는 생태교실 '아파트에서 만나는 새 이야기'풍경.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담당자인 윤영인 팀장은 "전북녹색연합의 제안서를 보고 '그래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생활속의 소재를 가지고 특히, 도심 아파트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을 소재로 시민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신선한 프로그램이다 싶었다"라며 사업을 후원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 곤충전문가로부터 남방제비나비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아파트생태교실은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효자주공3단지 관리소장은 "아침이면 새들이 우는 소리에 시끄러울 정도다. 봄이면 벚꽂이 흐드러지게 피고, 여름에도 나무가 많아 시원하다. 재건축으로 헐리게 돼서 아쉽다. 아파트가 없어지기 전에 이런 생태교실이 많이 열리면 주민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라며 아파트가 헐리는 것에 아쉬움과 더불어 생태교육의 장으로 유용하게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메마르고 삭막한 도시에서 시민들에게 생태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키고, 자연의 소중함을 전하기 위한 환경단체의 '눈물겨운' 시도에 감탄을 하면서,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도시의 모든 지역에서 생태교실이 열릴 수 있을 정도로 도시환경이 개선돼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한승우 NGO시민기자

 

(전북녹색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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