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김 한·13~17일 전주 한옥마을·한국소리문화의전당)는 울고, 웃었다. 오락가락하는 비와 태풍 '산바'에 울고, 전주 한옥마을에서 펼쳐진 공연에서 소리의 흥이 되살아나면서 웃었다.
소리축제의 지향점인 소리를 매개로 한 우리 음악의 정체성·시대성·세계성 찾으려는 시도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와 비교해 안정적인 축제 운영으로 판소리를 통한 대중과의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는 인정 받았으나, 일부 기획 공연에 있어 창작음악의 넓이와 깊이를 보여주기엔 아쉬움이 있었다는 게 중론. '있던 것'을 적당히 우려내기 보다는 '새로운 그 무엇'을 기획하려는 시도로 알차게 채워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다.
△ 개막공연은 개막 축하쇼에 가까워
우선 출발은 불안했다. 개막 공연이 축제의 성패와 직결되진 않는다 하더라도, 무대가 갖는 상징성은 남다르다. 하지만 박칼린 소리축제 집행위원장이 연출한 개막 공연은 '개막 축하쇼'에 가까웠다. 10분~20분 가량의 공연을 나열한 데 그친 데다, 공연 하나가 끝날 때마다 사회자의 설명이 곁들이면서 도리어 흐름을 깼다.
그나마 무대를 살린 것은 성창순 명창과 제자들의 '엮은 판소리'와 안숙선 명창이 이끄는 100인의 가야금 병창. 일부 관객들이 공연장을 빠져 나와 같은 시간대 열린 CBS의 '별빛 콘서트'로 발길을 돌리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빚어졌다. 그러다 보니 탄생 200주년을 맞아 고창 출신 신재효 선생을 기린 '2012 광대의 노래 - 동리, 오동은 봉황을 기다리고'가 오히려 개막 공연의 성격에 더 부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김형석 With Friends'는 가수 윤하·김광진·김조한 등이 감미로운 노래를 들려주고, 북·대금·아쟁 등이 어우러진 연주를 곁들여 국악을 접목시키기 위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역시 판소리…한국음악의 다양한 변화도 시도
전주 한옥마을 내 학인당·다문에서 열린 '판소리 다섯 바탕'과 '젊은 판소리 다섯 바탕'은 비록 객석이 200석에 불과했으나, 이 단출한 프로그램의 흡인력은 대단했다. "얼쑤", "좋다" 등 관객들의 신명이 되살아나면서 소리축제가 걸어온 녹록치 않은 세월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외 관람객들을 위해 5년에 걸쳐 판소리 다섯 바탕의 국·영문 자막을 완성한 것 역시 소리축제의 또 다른 성과다.
과거 소리축제와 같은 기간에 열렸던 산조 예술제처럼 창 너머 그림자에 실려 나오는 대금 선율이나 유파별 산조를 비교해보는 깊이있는 기획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산조·정가의 밤, 고음반 감상회 등은 나름의 운치와 여운으로 깊이를 가져다줬다.
해외음악과의 교류 및 한국음악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박재천이 이끈 무대는 한국 장단을 통해 스페인의 플라멩코, 몽골의 흐미, 호주의 드럼, 일본의 사쿠아치 등 해외 전통예술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 지를 모색한 자리였다. 또 젊은 국악인들이 펼친 소리프론티어어와 소리프린지는 한국음악의 미래를 살핀 실험적 무대였다. 한옥생활체험관에서 열린 포르투갈의 전통 성악'파두'의 여제 클라우디아 오로라의 애잔한 공연은 한옥마을과 잘 어우러져 색다른 감흥을 안겼다.
△ 지역과 하나되는 축제 지향
올해 소리축제는 지역의 다양한 문화예술단체를 껴앉는 시도로 보폭을 넓혀 지역과 하나되는 축제를 지향했다. 특히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신현창)이 외부 연출자 류기형씨까지 끌어들여 올린 '춘향 아씨'는 공연의 완성도를 떠나 시도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국악원이 소리축제를 여러 차례 찾았으나, 소리축제만을 위한 초연 공연을 기획한 건 처음이었다.
그러나 한옥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꾸려진 소리 주막은 따로 만든 무대가 오히려 객석과의 경계 없는 흥을 나누기엔 방해가 됐다.
지난해부터 가족 단위 관람객들을 위해 마련한 어린이 소리축제는 올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로 옮겨 오감 만족 체험·전시'판소리 스토리 박스'를 진행한 결과 몰입도가 더 높았다는 평가다. 어린이 국악 뮤지컬'공작새의 황금 깃털'와 가족 마당극'할머니가 들려주는 우리 신화 이야기' 역시 인기가 높았다.
△ 소리축제 건강한 방향성 찾아야
올 소리축제 관람객이 22만명으로 집계돼 지난해보다 관람객 수가 늘었지만, 전북지역 국회의원 등 지역사회 지도층들의 참여가 예년에 비해 미흡했다. 대선 정국과 태풍 등 여러 내외적 요인이 있지만, 지역의 대표 축제에 대한 지역 지도층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축제 내부적으로는 '소리축제를 앞으로 어떤 방향성으로 끌고 갈 것인지'등의 세미나와 같은 담론의 장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실제 소리축제 조직위원들조차도 거의 들러리에 가까운 역할을 하거나 이해관계로 인한 공연 참여로 비춰지는 등 프로그램과 관련해 소통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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