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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삼인삼색 '만날 때는…' 고바야시 감독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은…" / 가족 죽음 그리고 죄 부부 사이 용서 담아

▲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의 한 장면.

지난해 국제경쟁 심사위원과 '위기의 여자들'을 상영하며 제14회 전주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던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58). 올해도 디지털 삼인삼색에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ST RANGER WHEN WE MEET)'으로 다시 전주를 찾았다. 디지털 삼인삼색은 전주영화제가 선정한 세 명의 감독에게 세계 최초 상영을 전제로 작품당 5000만원을 지원해 30분 내외 디지털 영화를 제작하도록 한 프로젝트. 올해는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 외에 장률 감독의 '풍경', 에드윈 감독의 '누군가의 남편의 배에 탄 누군가의 아내'가 함께 초청됐다.

 

'사랑의 예감', '위기의 여자들', '일본의 비극', '백야' 등 전작에서 가족·죽음, 죄(罪)에 대해 이야기했던 고바야시 감독은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에서도 이 '카드'를 선택했다. 그간 4편의 영화에 직접 출연하며 보여줬던 자기 고백적인 이야기가 이어진다.

 

영화는 남편 가와무라 료이치가 도쿄에 출장을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사이 아내 유키코는 초등학생 아들 겐지와 함께 내연남과 외출에 나선다. 하지만 자동차 사고로 아들 겐지는 죽고 유키코도 평생 한쪽 다리를 절어야 하는 장애를 안게 된다. 료이치와 유키코는 여전히 함께 살지만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말도 오가지 않는다. 매일 같은 식당에 가서 마치 남처럼 점심을 함께 먹는 모습이 묘한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게 만든다.

 

이번 작품은 내용·형식적 측면에서 지난 2007년 발표한 '사랑의 예감'과 닮아 있다. '사랑의 예감'은 살인 사건으로 딸을 잃은 남자, 죄책감에 시달리는 가해 소녀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다. 둘은 일상에서 마주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서로를 지나친다. 하지만 어느새 서로를 소중한 존재로 느끼게 된다.

▲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

고바야시 감독은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의 시나리오 초고는 '사랑의 예감'을 발표할 당시에 쓴 것이지만 여러 조건상 실현하기 어려웠다. 실화는 아니지만 부부 사이의 용서를 그리고 싶었다. 결국 내 아내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죄인의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적인 관점을 빌어 말하면 결국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죄를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사람은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에서 '사랑의 예감'에서 보여준 형식적 실험은 계속된다. 언어적 소통을 전혀 하지 않는 괴이한 부부를 다룸으로써 부부 관계 속의 이방인을 그려냈다. 또 내면의 갈등을 생생히 묘사하기 위해 무성영화의 요소를 빌린 영화적 실험을 감행했고, 늘 그렇듯 속전속결로 찍었다. 그는 "항상 즉흥적인 방식으로 마지막 순간에 모든 걸 걸고 영화를 찍었기 때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면서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관객들을 안심시켰다. 이어 "'디지털 삼인삼색'을 통해 디지털이 아니면 불가능한 영화 제작 실험과 필름 시대가 지녔던 보편성을 동시에 불어넣고 싶다. 이 프로젝트가 그 선도자적인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주영화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 배우만을 캐스팅 해 한국어 영화를 만드는 것"을 추진 중이다. 그 무대는 전주 일대가 될 것이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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