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앞으로는 이 얘기가 전주와 깊은 인연을 맺을 듯싶다. 수많은 실패를 딛고 에디슨이 발명해낸 '필라멘트'의 정체가 바로 전주탄소산업의 효시인 '탄소섬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주탄소산업이 걸어 온 여정 또한, 포기를 모르던 에디슨의 도전정신과 닮아있기도 하다.
처음 탄소산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전주의 제조업은 제지, 섬유 등 전통적 굴뚝산업이 전부였다. 전주의 산업화 수준은 말 그대로 전국 최하위권이었다. 반면 탄소산업은 국내에서는 생소한 첨단분야로 연구진도, 생산기업도 전무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주가 탄소산업에 나선다니 외부의 시선은 싸늘했다.
하지만 지역 연구진들의 열정은 매우 뜨거웠다. 현재는 한국탄소융합기술원으로 명칭이 바뀐 당시 전주기계탄소기술원의 연구진들은 오히려 국내에서 새로운 분야이기 때문에 산업화에 뒤진 우리도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장전망도 밝았다. 탄소섬유는 철강의 장점을 뛰어넘는 첨단소재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었지만 국내에는 개발기술이 없어 전량을 일본,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탄소산업의 가능성을 인식한 전주시는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탄소산업과라는 전담조직도 만들어 행정적 지원에 힘을 쏟았다.
2008년 4월, 드디어 대기업 효성과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전주탄소산업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연구 시작 3년 만에 일본, 미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중성능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했다. 효성은 전주에 탄소섬유공장을 짓기로 하고 2020년까지 1조 2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미 효성 제1공장은 지난 5월 준공돼 '탠섬'이라는 이름의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 전주 탄소산업은 또 다른 경사를 맞았다. 정유화학분야의 대표기업인 GS칼텍스가 전주와 손을 잡고 2015년 상용화를 목표로 피치계 탄소섬유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로써 전주는 탄소산업의 양대 산맥이라 할 팬계, 피치계 탄소섬유 기술을 모두 보유한 전국 유일의 도시가 되었다.
전주시의 목표는 확실하다. 지방자치단체로는 최초로 '탄소산업 2030비전'을 선포하고 2030년까지 탄소관련 중소기업 200개, 종사원 2만 명, 연관사업 매출 100조원, 5억 3000만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과, 탄소산업의 기술경쟁력을 세계 3위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또 효성과 현대자동차 등 국내 30개 기업, 연구기관과 함께 '탄소산업연구회'를 발족해 대한민국 탄소산업 발전에 주도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앞으로 전주의 탄소산업은 항상 '에디슨과 필라멘트'를 기억할 것이다. 좌절하지 않고, 다만 성공에 이르지 못하는 방법을 하나 더 알아냈다는 자세로 도전하기 위해서 말이다.
산업화에 낙후됐던 전주가 21세기 첨단산업의 주인공을 꿈꾸고 있다. 가능성은 충분하고 반드시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탄소섬유의 출발점이었던 에디슨의 전구불빛이, 전주산업단지를 가득 채운 탄소산업공장들의 밤을 환히 밝히는 그 날을 위해 오늘도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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