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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은 얼마인가

지방선거 입지자들 너도나도 출판기념회 정치이벤트 전락 씁쓸

▲ 최공엽 前 언론인
큰 강당이다. 오늘 행사의 주인공인 갑(甲)은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는다. 반가운 악수로 인사를 나눈다. 손님 을(乙)의 행열은 끝이 없다. 입구 좌우에는 책이 수북히 쌓여있고 수십명의 안내원들이 책값(?)을 넣는 돈봉투함들을 지키고 있다. 선거에서 단체장 후보로 나오는 사람의 출판기념회장의 모습이다.

 

지난해던가 대선에서 낙선했던 분이 책을 출간하고 북콘서트라고 해서 서울, 부산 등지에서 출판기념회의 대장정을 펴드니 이번 선거철에 접어들면서 여기저기 정치이벤트 행사로 변질되면서 봇물 터지듯 번지고 있다. 왜 출판기념회의 주인공이 갑인가? 손님은 을이고, 선거 때라면 피선거권자가 을이고 유권자가 갑이어야 하지 않은가? 이것은 행사장의분위기를 보면 답이 나온다.

 

내노라 하는 기업인들과 사장 손님들이 많다. 그 이유는 유력한 후보자 일수록 손님이 많은데 그가 단체장으로 당선이 되어 정치권력을 쥐었을 때를 생각해보자. 그래서 유권자인 손님은 을이고 줄을 서서 정치권력 갑에게 눈도장, 돈도장을 찍어둬야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을의 고민이다. 책값을 얼마를 내야 될 것인가 적게 내면 눈에 띄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너무 큰 돈을 내기는 아까운 일이고 아무튼 책 한권 값의 열배도 백배도 더 넣는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그런 사람일수록 사회에 봉헌하는 나눔행사에는 더 인색하다. 기가 막힌 것은 책값보다 적게 넣으면 피선거권자가 금품공여로 선거법에 위반이라는 아이러니다. 이렇게 책을 팔아서 수천 또는 수억원을 챙긴다고 한다.

 

몇 년전 대학강단에서 쫓겨나고 책마저 팔리지 않는 젊은 문인이 쪽방에서 굶어 죽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그의 노트에는 “어머니가 끓여준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고 써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정치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할나위 없이 꿩먹고 알 먹는 꾀꼬리같은 수다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정치 신인들에게는 자기를 알리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많이 동원할수록 좋다. 선거법에 걸리지 않고 돈을 긁어 모으는 합법적인 수단이 되고 선거에 나서는 출정식의 방법이 되기도 한다.

 

더 가관인 것은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그들의 출판기념회를 보도하는데 몇 천명이 모여들었고 누구누구가 참석했다는 등 완전히 정치 이벤트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참 편한 나라다. 정치를 하려면 돈도 많이 든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돈 병이 든다. 공천을 둘러싸고 돈천이 대세다.

 

돈 돈 돈 또 돈. 현역 국회의원들은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기회도 있다. 그런데도 한심한 것은 선거철에 편승해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부끄럽고 뻔뻔스러운 일이고 창피한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네들은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회 지도자들이다. 그렇게 비싸게 주고 산책들은 그들은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 비싸게 준만큼 열심히 읽어 볼만 한 것인지 아니면 집 서재 한 모퉁이에 내던져 버릴 것인지 궁금하다. 정치인이 책을 내는 것은 그의 이념이나 사상. 그리고 정치철학이 담긴 진정성을 세상에 들어내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바쁜 분들이 언제 어떻게 그런 좋은 글을 쓸수 있었는지 글 솜씨도 훌륭하고 겉모습은 빼어난 것 같다.

 

그런데 시중에 나도는 이야기는 대필 출판업자가 따로 있어 한두 달이면 글도 대필을 해주고 책을 발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너도 나도 출판기념회를 갖게 되고 이제 책마저 정치도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북콘서트로 붐을 일으키려는 행위다. 아예 북심퍼니라고 할 일이다.

 

최근에는 새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 신선한 충격을 주던 한 정치인이 구정치인과 똑같이 광역단체장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여 축사를 하던 장면이 텔레비전 화면에 크게 잡혔다.

 

결국 현실정치의 한계다. 이렇게 책장사나 할 때가 아니다. 우리 민주주의도 성숙해지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발전하지 못하면 망하는 것이다.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 돼지 나폴레옹은 주인을 쫓아내고 동물들의 왕이 된다. 모든 동물들 앞에서 군림하면서 주인의 의상을 입고 주인의 침대에서 자고 주인의 부츠를 신더니 마침내 두발로 인간처럼 일어선다. 개나 소 등 모든 동물들의 눈에 돼지가 사람인지 아니면 사람이 돼지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된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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