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산 개복동 문화예술인 ‘개복인’ 회원들이 아트마켓 난장판 포스터를 들고 폴짝 뛰고 있다. | ||
최근 근대역사의 관광지로 다시 한 번 각광을 받고 있는 군산시 개복동에서 젊은 예술가 단체 ‘개복인’의 움직임이 뜨겁다.
개복동은 1990년대에 큰 극장과 여러 맛집이 즐비했다. 하지만 성매매업소의 화재 사건 이후로 밤에는 가로등 불빛마저 기분 나쁘게 느껴진다며 가까이 사는 주민도 그 근처를 지나가기 꺼려한다는 무성한 소문만이 가득했다.
막상 둘러보니 개복동은 상상했던 곳과는 사뭇 달랐다. 동네 한 쪽 구석에는 젊은 감각의 벽화가 자리를 매우고 있었다. 다른 한 쪽에는 자신의 것으로 보이는 사진과 그림이 걸려있는, 33㎡도 안돼 보이는 작은 갤러리와 가게가 골목의 양쪽 끝을 나란히 하고 있었다.
지난 2008년부터 군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개복동 문화예술의거리’ 사업이 본격화하기 전에 평소 소외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각 분야의 젊은 예술가가 원도심인 이곳에 하나 둘씩 자리를 잡았다. ‘신예욕탕’, ‘째보선창’ 등 여러 차례의 레지던스 프로그램(Residence Program, 거주 창작 프로그램)이 실시됐고, 지난 6월에는 가수 강아솔과 기타리스트 박주원의 공연, 골방 영화제 등 그간 문화예술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지켜보던 이들이 어느새 그들을 ‘개복인’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 미디어아티스트 조권능씨 |
개복동에서 가장 활발한 소통공간인 카페 ‘나는 섬’의 사장이자, 자생적인 예술가 커뮤니티 ‘개복인’으로 5년째 활동 중인 미디어아티스트 조권능 씨는 “개복동은‘開(열 개), 福(복 복)자’를 써서 복이 들어온다는 뜻이고, 한 때 일번지라 불리던 동네”라고 말문을 열었다.
“처음에 입주했을 때만해도 쉽지 않았어요. ‘예술의거리 조성’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모인 다양한 주체들의 견해 차이를 좁히기 힘들었죠. 그래서 원래 개인 작업실이었던 공간을‘나는 섬’이라는 이름을 붙여 카페로 만들게 되었고 군산에는 없던 곳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젊은 예술가들이 이곳에 모이게 되었죠.”
인구가 26만 명밖에 되지 않는 소도시 군산에서의 일반적인 삶이란 중·고등학교를 마치면 대학과 취직을 이유로 보다 큰 도시로 떠나고 남은 이들은 직업전선에 뛰어든다. 이러한 과정을 무시하고 작가로서 지금의 그들을 있게 만든 집창촌, 윤락가, 예인촌의 과정을 거친 개복동의 매력은 무엇일까.
실제로 개복동에는 군산 최초의 노래방 자리였지만 지금은 음악가들의 스튜디오인 ‘피사의사탑’과 도자기 공방 ‘도자기야’, 군산대를 졸업한 친구들끼리 만든 공간‘남쪽의 힘 있는 얼굴들’등 많은 이름의 옛 모습을 갖춘 예술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거리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가의 수와 비례하지는 않지만 지역 상인의 다양한 음식점도 개복동 한 켠에서 그들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물론 상황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다. 마음 놓고 공연을 할 수 있는 사설 공연장의 수는 자생적으로 활동하는 그들에게 턱없이 부족하고 작은 지원조차 흔하지 않다. 서울에 있는 대규모의 미술관이나, 큰 회사를 끼고 활동해야만 알아주는 사람들의 편견도 그들의 발목을 잡는데 한 몫을 한다. 이러한 좋지 않은 조건에서도 꾸준함이 자리해서 일까. 요즘에는 서울, 전주, 광주, 부산, 제주까지 개복동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러 오는 이들이 늘어났다.
이에 대해 조권능 씨는 “처음에는 친분이 있는 예술가들로 시작해 지금은 많은 분들이 여행을 오면 꼭 개복동에 들른다”면서도 “이곳 주민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아직까지도 자연스럽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너무 우리들만의 방식으로 다가가려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개복인을 대표해 자신들의 문제점도 들려주었다.
▲ 문이랑 힙합레이블 애드밸류어 멤버 |
이들은 개복동을 위해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하는 것도 아니며, 혹은 꼭 예술을 하기 위해 이곳에 모여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강조했다.
분야도 다르며 각자 이루고 싶은 뜻도 다르지만 그저 스산한 동네였던 개복동에서 개복인들은 젊은층을 불러 모으는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더욱이 올해 초부터 카페 ‘나는 섬’이 인디(indie) 음악가들의 공연장으로 활용되면서 개복인들의 보다 활발한 활동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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