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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김제 농산무역(주)] 까다로운 일본 시장 공략…'파프리카 한류' 이끌어

연간 3000톤 수출에 총매출 280억 돌파 / 대형유통업체·백화점 내수시장도 장악 / 영농법인·시설농가 공동출자 사업 시작 / 생산 규모화·유통 전문화로 경쟁력 확보

▲ 김제시 순동에 소재한 파프리카 수출업체 농산무역(주) 전경.

파프리카(paprika)의 대일(對日) 수출을 통해 총매출 280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김제시 순동 645-5번지 소재 농산무역(주)(대표 조기심).

 

파프리카 재배 시설채소 영농조합법인의 공동출자로 지난 1999년 설립된 생산자단체인 농산무역(주)은 현재 파프리카 영농법인 19개소(농가 95호, 시설온실 40㏊ 및 토마토 영농법인 3개소(농가 15호, 시설온실 3.3㏊), 기타 채소(양배추 등) 농가 20호로 구성 돼 있으며, 자본금은 40억원이다.

 

농산무역(주) 조기심 대표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인 ‘돌재팬’전국 체인망을 통해 한국산 파프리카를 일본 안방에 공수하고 있는 수출 주역이다. 조그마한(?) 농산물 수출업체인 농산무역(주)은 현재 직원이 약 100여명에 이르고 인건비만 연간 25억여원에 달하는 속이 꽉찬 중소기업으로, 젊은이들이 입사 하고 싶어 하는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선별장(APC)시설 장비·유통 현황= 규모 및 설비로 건물 6083㎡(저온선별·포장장 4169㎡, 저온저장고 1091㎡, 기타 823㎡)가 있고, 취급물량은 연간 7000톤이다.

 

수출은 연간 3000톤(공동대표브랜드 ‘휘모리’사용)으로 주수출국은 일본(이온 자스코 등 대형 양판점)이고, 내수는 홈플러스 및 롯데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와 백화점에 연중 공급 하고 있다.

 

△조직 특성= 생산의 규모화·유통 전문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파프리카 수출농가(영농조합법인) 공동출자 설립된 생산자 단체로, 주주 전원 시설재배농가(영농법인)들로 구성 돼 있다.

 

재배-상품화-유통-판매 후 관리까지 일괄 관리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공동 마케팅을 실시하며, 생산이력관리 및 품질관리를 위한 ERP, 바코드 시스템을 운영한다.

 

GAP시행 및 천적 활용 등을 통한 농산물 안정성의 확보 및 생산이력을 관리하고, 생산기반 확대 및 유통시설 확충 등으로 연중 공급체제를 구축 하고 있다.

 

△농산물 관련 사업 및 일본 진출 동기= 의류사업을 하던 조기심 대표가 농산물 관련 사업에 뛰어든 것은 지난 1994년. 당시 노지재배를 통해 수박농사를 짓고 있던 남동생이 정부 권장에 따라 유리온실을 통해 시설재배를 시작했다. 시설재배 사업비만 14억 정도가 들어갔으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토마토, 오이밖에 재배할 것이 없는 당시 상황에서 시설재배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현실이고 농가들도 비슷한 선택을 하고 있어 토마토와 오이는 이미 시장에 과잉 공급 되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하자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던 조 대표 동생은 파프리카 재배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자 했지만 조 대표 생각은 달랐다.

 

의류사업 관계로 일본을 자주 왕래했던 조 대표는 일본 파프리카 시장도 이제 겨우 네덜란드산 파프리카가 자리를 잡으려 하는 시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동생을 만류했지만 동생은 다른 대안이 없지 않느냐며 파프리카 재배를 밀어부쳤다.

▲ 공장 내부 선별장 시설(아래)과 선별되어 나오고 있는 파프리카.

하는 수 없이 동생의 파프리카 사업을 돕기로 했지만 조 대표의 우려대로 파프리카의 국내 시장은 형성 되지 않아 매주 생산된 10톤 이상의 파프리카를 처치할 수 없어 버리는 안타까운 현실에 봉착했다. 이에 조 대표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판매에 나섰으나 여의치 않자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어려운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우리나라 농산물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은 지금 우리가 중국 농산물을 대하는 것 처럼 저질품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한국산 농산물을 구매하려 하지 않았다.

 

조 대표는 일본인들이 깨끗하고 정교한 제품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일본인들의 취향에 맞춰 좋은 품질의 상품을 깔끔한 포장에 넣어 판매 하면 일본인들도 구매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끈질긴 노력끝에 농산무역(주) 파프리카는 드디어 일본수출을 시작하게 된다.

 

일본 수출을 시작했으나 한국 파프리카가 아무리 A등급을 받더라도 일본 수출업체가 B등급으로 측정하여 수입업자에게 공급 하는 불합리성 때문에 제 값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 대표는 일본 수입업자에게 직접 찾아가 직거래 방식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조 대표도 공급을 중단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후 조 대표의 진실성 및 한국산 파프리카의 우수성을 알고 있던 일본의 다른 업체에서 연락이 와 조 대표의 희망대로 직거래를 하게 되며 한국산 파프리카의 대일 수출이 활기를 띄게 된다.

 

△ 생산자들이 주주인 전형적인 마케팅 조직= 농산무역(주)은 파프리카 생산을 기반으로 한 영농법인과 시설 온실 농가들이 공동 출자한 마케팅 전문회사이다.처음 출발할 때 자본금은 4억8000만원으로 각 농가들이 소유 하고 있는 평수에 따라 출자했다.

 

전남·북, 경남 등 4개 도(道) 24개의 영농법인이 참여 하고 있으며, 참여 농가수는 120여 농가에 재배온실 면적은 13만여평에 달한다. 농산무역(주)이 결성된 것은 국내 경기가 가장 침체됐던 IMF시절. 시설농가들이 사실상 도산위기에 놓이게 된 시점으로, 대부분 화훼농사를 짓던 농가들이 국내 경기가 악화되면서 침체의 늪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수출시장은 점점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었다. 때마침 ‘돌재팬’에서 2억엔(당시 25억원 정도)의 자금 지원의사를 밝히며 수출해줄 것을 제안, 조 대표는 생산농가들을 조직화 하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돌재팬’에서 지원 받은 자금을 담보 없이 농가들에게 2∼4억원씩 지원, 농가들이 파프리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했으며, 수출액의 일부를 떼어내 빚을 갚도록 했다.

 

조기심 대표는 “회사의 모든 경영을 투명하게 하다보니 농가들의 신뢰가 쌓이고 결속력이 다져지더라”면서“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참여 농가 및 직원들이 똘똘뭉쳐 더 전진하는 회사를 만들어 가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 조기심 대표 "시설농 모두가 주인의식, 중국시장도 곧 선점할 것 "

“저는 ‘나는 못해도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말을 참으로 좋아합니다. 혼자는 어려워도 여러명이 힘을 합칠 때 못할일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도 참여농가 모두가 주인이기 때문에 모두 다 주인 의식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어 경쟁력을 갖고 있지요”

 

파프리카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조기심 농산무역(주)대표는 여느 남성 못지 않은 당당함과 자신감, 에너지가 넘치는 여성 CEO이다.

 

파프리카의 대일본 수출을 일궈낸 조 대표는 아직도 욕심이 차질 않는다고 얘기 한다. 조 대표의 다음 목표는 대중국 수출이다.

 

조 대표는“중국도 가파른 산업경제 성장으로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 도시로 떠나 고급농산물을 생산할 생각을 못하고 있다”면서“중국 전체 인구 중 잘 사는 사람 비율이 10%정도로 볼 때 약 1억2000명이 넘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또하나의 시장이 생기는 셈이다. 이 점을 빨리 인식하여 투자 등을 통해 중국시장을 먼저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CEO라는 특이점일지 몰라도 회사의 청결상태 또한 큰 자랑거리다. 회사 내부가 왠만한 식당 뺨칠 정도로 깨끗하고 온기가 넘쳐난다. 회사 내부로 들어가면 일단 따뜻한 온기가 방문객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조 대표는 “현재도 직원들에 대한 복지가 나쁘진 않지만 내년에는 직원들의 복지(장학제도, 후생복지)문제를 더 늘릴 계획이다”면서“직원들의 이직율이 거의(5% 미만) 없어 회사가 완전히 가족같은 분위기다”고 소개했다.

 

그는“이제는 농산물 관련 사업도 마케팅을 달리해야 한다. 우리 회사는 3년째 대기업의 경영 컨설팅을 받고 있다. 타산업 분야의 마케팅을 알아야 농산물 분야도 앞서가는 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CEO는 투명한 경영과 도덕성을 갖고 회사 경영에 임해야 조직원 및 관련 사람들이 신뢰하고 따른다”고 경영 노하우를 밝혔다. 〈끝〉

최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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