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30명의 부상자를 발생시킨 군산 유흥주점 방화사건의 범인 이모 씨(56)는 사건 당시 손님이 많은 시간을 노리고 출입문을 봉쇄까지 한 ‘계획적이고 잔혹한 범행’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유흥주점 대표와의 오래된 ‘외상값 시비’로 빚어진 그의 복수심은 사회에 대한 삐뚤어진 적개심으로 번져 결국 아무런 잘못도 없는 애꿎은 33명의 사상자를 내는 참사로 이어졌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군산시 장미동 ‘7080크럽’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절도)로 긴급체포된 이 씨는 “휘발유를 훔친 뒤 손님 많은 시간을 기다려 범행을 저질렀다”며 “마대 걸레를 이용해 출입문 손잡이를 가로막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씨가 인명피해를 늘리기 위한 치밀한 범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7080크럽’ 대표와 외상값 논쟁을 벌이다 격분한 나머지 불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지난 17일 오후 6시께 선박에서 휘발유 20리터를 훔쳐 플라스틱통에 담은 뒤 7080크럽 앞 사무실로 향했고, 손님이 많은 시간에 불을 지르기 위해 3시간 30여 분을 기다렸다.
경찰 조사결과를 뒷받침하는 증거도 나타났다. 전북일보가 이날 7080크럽 인근 상점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이 씨는 같은 날 오후 9시 49분, 7080크럽에 나타났다.
왼손에는 휘발유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통을, 오른손에는 나무 소재의 대걸레 밀대와 파란색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다. 이 씨가 주점에 들어간 지 1분 뒤 폭발과 함께 출입구는 화염에 휩싸였다. 등에 불이 붙은 채 튕기듯 바깥으로 뛰쳐나온 그는 그대로 도주했다. 한 목격자는 “휘발유와 대걸레를 들고 들어간 이 씨가 발로 대걸레를 부러뜨리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황인택 군산경찰서 형사과장은 “이 씨가 손님 많은 시간을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지르고, 대걸레 나무자루로 입구 출입문이 쉽게 열리지 않도록 밖에서 막았다고 진술했다”며 “진술을 포함해 정황 증거도 뒷받침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씨가 고의로 다수의 인명피해를 내기 위한 계획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정황이 수사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두고 법조계는 이 씨 죄질이 매우 불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기영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사법)는 “이 씨에게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와 살인죄 가운데 최저 형량이 더 높은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상값으로 인한 주점 주인과의 갈등을 손님에게 전가한데다 다수의 인명피해를 노렸다는 건 양형에 매우 부정적으로 반영될 요소”라고 밝혔다.
살인죄는 최저 5년 이상의 실형(최고 무기징역, 사형)이 법정형인 반면,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는 최저 7년 이상의 실형(최고 무기징역, 사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어 살인죄보다 최저 형량이 높은 중범죄다.
한편 이 씨는 부상 정도가 심각해 경기도의 한 병원에 입원한 가운데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경찰은 이 씨의 치료가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문정곤·남승현 기자>문정곤·남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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