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쿵’ 소리와 함께 배가 전복되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삽시간에 바닷물이 빠져나갔고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어요”, “제발 더 이상 물이 차오르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지난 8일 군산시 어청도 인근 해상에서 고된 조업 활동을 마치고 꿀 같은 휴식을 취하던 중 뜻하지 않은 선박 전복 사고로 생사를 넘나든 생존자들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10일 전북일보가 만난 4명의 생존자는 웃음 띤 얼굴을 보였지만, 사고 당시의 ‘트라우마’는 여전했다.
이들은 차디찬 바닷물이 가슴까지 차오르고, 칠흑같이 어둡고 비좁은 공간에서 서로를 다독이며 ‘반드시 구조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기에 2시간 30분을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이장욱 씨(46)는 “선실에 갇혀 있는 동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지 못했다”면서 “구조 후 2시간 넘게 선체에 있었다는 말을 들었지만, 4명이 껴안은 채 살기 위한 방법 등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선원들은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대화를 쉬지 않았다. 생존자들은 뱃일을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수영을 할 수 있었지만, 두려움에 자력으로 탈출할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오롯이 “물만 차오르지 않기를 기도했다”고 한다.
얼마의 시간이 흘러 고령자인 이재일 씨(59)는 저체온증 증세를 보이며 몸을 떨기 시작했고, 이들은 서로를 껴안고 서로를 다독였다.
막내인 서일근 씨(42)는 “어떻게든 살아나가야 한다”면서 “VTX를 통해 배가 전복된 것을 해경이 알고 있을 것이니 빨리 구조될 것”이라며 이 씨를 껴안았다. 생사를 오가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이들은 구조될 경우를 대비해 구조 우선순위를 미리 선정해뒀다. 최고령자인 김 씨를 탈출 통로인 계단 가까운 곳에 자리토록 하고 가장 젊고 건강한 서 씨는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만약 구조될 경우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연장자를 배려하기 위함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배가 뒤집힌 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지만 어느 순간 선체 밖에서 해경의 목소리와 두드림 신호가 들렸고 ‘이제는 살 수 있다’는 안도감이 몰려와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생존자들은 구조 3일이 지났지만 사고 당시에 대한 트라우마를 보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사고 당시는 떠올리기도 싫지만, 병실에 누워 있으면 배가 전복되면서 선실 안으로 물이 들어차고 코와 입으로 물이 들어온 순간이 자꾸만 떠오른다”고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해경 구조대원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김재홍 씨(60)는 “장애물과 부유물로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짐작한다”면서 “또 한 번의 삶을 살게 해준 해경 구조대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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