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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으로 시작된 수사’ 차선도색 수사 그날의 사건 속으로

전북일보는 전북지방경찰청의 도움을 받아 매주 1회 도내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의 뒷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엉터리 차량도색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황호철 팀장
황호철 팀장

지난해 9월 전북지방경찰청 황호철 교통범죄수사팀장(44)은 운전을 하다가 차선도색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안보일 수가 있을까. 공사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깊은 고민에 빠진 황 팀장은 팀원들에게 차량 도색에 관련된 수사를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다.

때마침 “차선도색 시공을 한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지워지고 안보여요”라는 첩보가 남원에서 접수됐다.

수사는 곧 바로 진행됐다. 하지만 큰 문제는 차량도색과 관련해 무엇이 불법인지, 어떻게 조사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는 점이었다.

전문지식을 쌓는 것이 급선무였다. 황 팀장은 차선도색과 관련된 정보를 수소문한 끝에 충북의 공무원들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도움을 요청했다. 기본적인 지식부터 현장에서의 점검까지 그 기간만 2~3개월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황 팀장은 충북의 공무원들에게 남원시의 도로에 있는 차선을 보여줬다.

공무원들은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 심각할 정도로 부실공사가 이뤄진 것 같습니다”라며 부실공사 사실을 검증해줬다.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 황 팀장은 충북에서 차선 두께 측정기 등 다양한 검사기계를 빌려, 조사에 나섰다.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발로 가볍게 몇 번 치니 도색페인트가 떨어져 나왔으며 야간에 불빛 반사역할을 하는 유리알도 모두 떨어져 나갔다. 모두 기준치 미만이었다.

남원시청의 담당자는 “이렇게 검사를 하는 줄 전혀 몰랐고 다른 업무도 많아 자세한 감독을 할 수 없었다”며 관리감독 부실을 인정했다.

업체를 수사할 때 그 심각함은 더했다.

낙찰을 받은 업체는 ‘도장 면허’는 존재했지만 차선도색 시공을 할 능력이 없어 또 다시 하도급 업체로 업무를 맡겼다. 이 중 40%의 금액은 자신들이 가지고 남은 금액에서 하도급 업체가 도색을 해야 했다.

적은 금액으로 시공해야 하는 하도급업체는 결국 부실공사를 하게 된 것이다.

황 팀장이 자재 구입내역을 살펴본 결과 구입내역보다 적은 양의 페인트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증거를 업체에 내밀자 업자는 부실시공을 모두 자백했다.

경찰은 단일공사 하도급제한위반(건설산업기본법 29조) 및 횡령 혐의를 적용해 13명의 업자들과 공사감독을 소홀히 하고 허위로 문서를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 등)로 남원시청 공무원을 불구속 입건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황 팀장은 “차선도색 부실시공은 도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 엄연한 불법 행위”라면서 “이번 사건으로 전북도 등 지자체들이 많은 부분을 느꼈을 것이다. 지자체가 전문 인력과 장비를 구입해 꼼꼼한 관리감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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