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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보험사기, 그날의 사건 속으로

운전자보험 중복 가입한 뒤 고의로 사고 내
전주 덕진서, 조합 간부 등 50여 명 적발

도삼택 팀장
도삼택 팀장

지난해 5월 손해보험사(손보사)에서 한 통의 전화가 전주덕진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TCI)에 걸려왔다.

“택시기사들이 2~3개의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뒤 여러 차례의 고의 사고로 보험금을 챙겨간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 같은 상황을 의심하고 있던 도삼택 덕진서 교통범죄수사팀장은 즉시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의 보험사기를 증명하는 일은 어려웠다. 사건 하나하나가 이미 경찰에서 사고처리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도 팀장은 손보사가 제출한 이력을 중심으로 회사를 특정하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사고 이력을 받아 분석했다. 분석 결과 특이점이 발견됐다. 반복되는 사고차량과 계속해서 언급되는 택시기사의 이름들. 사고 당시 택시에 있던 블랙박스를 확보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블랙박스 영상이 존재하지 않아서다. CCTV 또한 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수많은 건을 조사하다 보니 범죄를 입증할 만한 CCTV와 블랙박스를 확보했다. 확보한 증거를 가지고 택시기사들을 하나하나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은 “사고 당시에 경찰이 직접 사고처리를 하지 않았냐. 왜 이제와서 우릴 의심하는 것이냐”고 되려 도 팀장을 압박했다. 도 팀장은 범행을 함께 공모하고 실행에 옮긴 명단과 사고, 보험금 내역 등을 제시하며 택시기사들을 압박했다.

“같은 인물들이 돌아가고 현장에 계속해서 함께 있었다는 것이 우연입니까.”

택시기사들의 눈빛이 흔들렸고 결국 “고의적으로 사고를 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또 관련자들을 한 명 한 명 조사할 때마다 새로운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택시 조합장, 사무장, 부조합장 등 조합 간부의 이름이 호명됐다.

이들의 범행은 충격이었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서 평소 친한 지인을 범행대상으로 삼거나 스스로 범죄자가 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보험금의 노예였다.

결국 이들은 운전자 보험에 중복으로 가입한 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방법으로 보험금 수억 원을 챙긴 혐의(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로 조합장 A씨(47) 등 조합 간부 3명은 구속됐고 범행에 가담한 택시기사와 대리운전 기사를 포함해 48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도 팀장은 “택시기사들이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고의적, 조직적으로 범행을 벌인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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