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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완주 은하리 돌방무덤

완주 은하리 굴식돌방무덤 전경.
완주 은하리 굴식돌방무덤 전경.

고고학적 연구자료 중에서 무덤은 과거 사회의 매장 양상과 장례 절차뿐만 아니라 당시의 정치체계나 사회구조와 식문화 등 세밀한 생활양상의 전반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완주 봉동읍 은하리에서는 백제시대의 무덤이 확인되었는데, 2004년 2월 지역 주민이 선산에서 모친의 묘소를 조성하던 중 무덤의 천장돌과 토기 뚜껑 1점을 발견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이 유적에서는 굴식돌방무덤 1기와 2기의 기와널무덤이 확인되었는데, 뚜껑이 있는 완과 금동제 귀걸이 등이 출토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굴식돌방무덤에서 4개체의 인골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수습된 인골은 머리와 다리 등 뼈의 일부만이 수습되었는데, 1차적으로 다른 곳에서 장례를 지낸 후 일부를 추려서 2차적으로 묻은 것으로 보인다. 고고학, 체질인류학, 생물학, 생물정보학 등의 분야에서 각각 분석해 본 결과 4개의 인골은 각각 2명의 남자와 2명의 여자로 밝혀졌다. 남녀 한 쌍은 모계를 통한 혈연관계에 있고, 나머지 둘은 모계로는 어느 인골과도 친연관계가 없음이 드러났다. 아마 남매 관계에 있는 인물들과 그 배우자들이 시차를 두고 차례로 매장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출토 토기들.
출토 토기들.

한편 충남의 당진 우두리 유적에서는 이와 유사한 시기로 추정되는 인골이 조사되었다. 이 인골들과 비교해 본 결과 은하리 무덤주인들의 사회적 지위가 더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성 단백질은 거의 섭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반면, 당진 우두리 유적에 묻힌 사람들은 상당히 많은 양의 동물성 단백질을 해양성 어패류를 중심으로 섭취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많은 양의 단백질을 섭취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러 사회적 규범이나 관습에 의해 달랐을 가능성도 있는데, 이는 6세기 백제 사회 고위층 내에 깊숙이 퍼져있던 살생을 금하는 불교적 규범에 의한 결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완주 은하리 굴식돌방무덤은 웅진기 백제 사회의 가족제도와 장례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보여주고 있으며, 국립전주박물관 특별전 ‘오로지 오롯한 고을, 완주(2019.6.17.~9.15.)’에서 자세하게 확인해 볼 수 있다.

 

/김왕국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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