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격차는 여전히 컸지만, 마무리는 만족스러웠다.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에 참가한 남자 농구 대표팀은 25년 만의 월드컵 승리를 수확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아르헨티나, 러시아, 나이지리아와 함께 조별리그B조에 속했다.
아르헨티나와 러시아는 FIBA 랭킹 10위 안에 드는 전통의 강호. 나이지리아 역시 조시 오코기, 알 파루크 아미누 등 현역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이 포진해 있어 껄끄러운 상대였다.
조별리그 결과는 좋지 않았다. 첫 경기인 아르헨티나전에서 한국은 1쿼터부터 큰 점수 차로 뒤지며 69-95로 패했다.
이어진 러시아전에서는 전반까지 접전을 펼치며 희망을 봤지만, 3쿼터에 급격히 무너지며 73-87로 졌다.
나이지리아전의 결과는 참혹했다.
2패를 안고 있는 팀끼리의 대결이었지만 나이지리아의 경기력은 한국보다 몇 수위에 있었다.
한국은 2쿼터에만 32점을 내주며 나이지리아에 66-108, 42점 차 대패를 당했다.
개인기와 탄력을 앞세운 상대의 공격에 한국 수비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대성(현대모비스)과 김종규(DB)가 부상으로 쓰러졌다.
B조 4위가 된 한국은 17∼32위 순위결정전으로 향했다.
첫 경기 상대는 개최국 중국. 조별리그에서 1승 2패로 상위라운드에 오르지 못한 중국은 순위결정전에서 명예 회복을 다짐하고 있었다.
한국은 홈 관중들의 야유를 받으며 경기를 치렀다.
2쿼터에는 팀의 주장인 이정현(KCC)이 점프 후 착지 과정에서 상대 자오루이의 발을 밟아 발목을 다쳤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태극전사들은 최선을 다했다.
경기는 막판까지 승패를 알 수 없는 접전으로 펼쳐졌다.
4쿼터 막판 궈아이룬에 쐐기 3점 포를 내줘 결국 73-77로 패했지만, NBA 출신 선수들이 대거 포진한 중국을 상대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코트디부아르와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자는 더 늘었다.
이정현은 중국전에서 당한 부상이 악화하며 출전이 어려워졌다. 정효근(상무) 또한 족저근막염으로 인해 경기 내내 벤치를 지켰다.
8명이 싸운 한국은 아프리카의 복병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다.
라건아(현대모비스)는 늘 그렇듯 공·수 양면에서 든든한 활약을 펼쳤고 부상자들 대신 나온 허훈(kt), 강상재(전자랜드)도 제 몫을 다했다.
4쿼터 막판 이어진 상대의 거센 추격을 뿌리친 대표팀은 80-71로 승리하며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코트디부아르전 승리는 한국이 월드컵에서 25년 만에 따낸 승리였다.
한국은 1994년 캐나다 대회 순위 결정전에서 이집트에 89-81로 이긴 후 한 번도월드컵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1998년 그리스 대회에서는 5경기를 치러 모두 패했고, 이어진 3번의 대회에서는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14년 스페인 대회에서 16년 만에 다시 월드컵에 나섰지만, 역시 5전 전패를 당했다.
코트디부아르와 경기 전까지 한국은 월드컵 14연패를 기록 중이었다.
올림픽까지 포함하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7연패를 더해 국제무대 21연패였다.
부상으로 주축 선수들을 대거 잃은 상황에서도 태극전사들은 투혼을 발휘해 길고 긴 연패를 끊어내며 대회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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