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가 있어야 책장은 쉬 넘어간다. 정확한 뜻은 알지 못해도 큰 줄거리를 따라 짐작으로 헤아리며 지나치면 그만이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그 뜻을 알게 되거나 모르는 사이 입에 먼저 익어 뜬금없이 뱉어지는 때도 있다.
최명희의 소설 <혼불> 속 콩심이도 그랬다. 효원이 대실의 친정에서 매안으로 데리고 온 콩심이가 남도 사투리로 “워찌 고렇코롬 생겼다요?” 했을 때 안서방네는 손질하던 빨래 홑이불에 물을 뿜다 말고 웃음을 터뜨렸다. 혼불>
“고렇코롬? 그거이 무신 말이여? 긍게, 그렇게, 그 말이냐? 느그 동네는 그 말을 그렇게 허냐?”
문학도 사투리를 통해 독자와 더 다정해진다. 인물들이 토해내는 투박한 말은 그들의 교양 없음이나 무지를 나타낸다기보다 언어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그 단어로 써야 하는 어떤 것을 정확히 찾아 쓰는 통쾌함과 ‘바로 이거야!’ 하고 무릎을 치게 하는 짜릿함, 소설 속 인물들이 책 밖으로 걸어 나올듯한 생생함과 능청스러움 모두 사투리에서 시작된다. 최명희는 전라도 땅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독특한 흡인력을 가진 문체의 힘도 ‘전라도 산천, 전라도 가락, 전라도 말이 베풀어준 음덕’이라고 표현했다. 작가의 뛰어난 묘사와 화려한 문장은 우리 고유의 언어에 담겨 더 빛나는 것이다.
전주 출신인 소설가 최일남의 글에도 고향 말의 울림이 있다. ‘되나캐나’, ‘콜딱콜딱’, ‘쪼속쪼속’, ‘어세두세’, ‘으시딱딱’ 같은 그의 언어에서 전주가 보이고, 전주의 가락이 들린다. 그것은 판소리와도 닮아서 야유와 풍자, 해학을 적절하게 표현한다. 2009년 초연 이후 흥행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 은 정읍 사투리가 ‘징허게’ 많이도 나온다. 고혜정 작가가 고향인 정읍을 배경으로 썼기 때문이다. 배우들을 통해 듣는 사투리는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멀리 떨어져 사는 딸의 냄새라도 간직하기 위해 딸이 입던 옷을 버리지 못하고 모아 두는 친정엄마와 엄마의 짙은 사랑을 늦게 깨달은 딸의 마지막 2박 3일의 이별 이야기는 요란하지도 넘치지도 않은 정읍의 말로 더 절절하다. 친정엄마와>
지난해 전라북도는 사투리 11,640개를 엮은 <전라북도 방언사전> 을 발간했다. 전북도청 홈페이지 ‘전북소개’에서 전자책을 내려받을 수 있다. 십 년은 걸려야 할 일을 2∼3년 만에 서둘러 마무리한 탓에 그 경이로운 수고에도 아쉬움이 많다. 연구자와 행정가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차분하게 도민의 의견을 묻고 ‘더 서둘러’ 수정하면 될 일이다. 전라북도>
이 땅 고유의 감성과 육성이 들리는 <전라북도 방언사전> 이 있어 전라북도는 세월이 지날수록 깊은 맛을 내는 고장이 될 것이다. 전라북도>
※ 최명희문학관 관장을 맡고 있는 최기우 극작가는 지난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으며, 연극·창극·뮤지컬·창작판소리 등 무대극에 집중하고 있다. 희곡집 <상봉> 과 창극집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 인문서 <꽃심 전주> 와 <전주, 느리게 걷기> , <전북의 재발견> 등을 냈다. 전북의> 전주,> 꽃심> 춘향꽃이>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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