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쇼크상태로 만들어 놓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고비를 넘기고 난 뒤의 변화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름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러 예측 가운데 공통적인 것이 사람들 끼리의 대면접촉이 없이 경제활동이 가능한 ‘언택트(Untact · 비대면) 산업’의 발전이다. IT(정보기술)과 AI(인공지능), 통신기술 등의 발달에 힘입어 향후 전 세계 변화를 이끌어 갈 산업으로 꼽고 있는 것이다. ‘언택트’가 교육을 비롯 사회 전반의 뉴노멀(새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변화 가운데 국내에서 특히 주목되고 있는 분야가 원격의료다. 우리가 뛰어난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갖추고도 지금까지 원격의료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추세를 따르지 못하면서 코로나19 이후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지지나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원격의료 행위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개원의사들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의료사고 위험’과 ‘대형병원 쏠림 현상으로 동네 의원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는 것이 반대 이유다. 의료계의 반발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10년째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원격진료가 국내에서 강력한 규제에 묶여있는 사이에 선진 각국은 물론 우리와 인접해 있는 중국과 일본도 각각 2014년, 2015년 원격의료를 허용해 세계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은 우수한 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첨단 의료기기 제조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첨단기기를 개발해 놓고도 국내에서는 써먹지 못하고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하는 안타까운 일까지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가 지난 2월부터 병원내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전화진료와 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국내 원격의료 허용 여부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의료계 반발을 의식해 기초적인 원격의료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달여 만에 의료기관 3000여 곳에서 10만건 이상의 원격진료가 시행됐고, 별다른 오진 사례도 없었다. 환자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분야가 변화의 거센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변화의 거센 물결 앞에서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자칫 도태될 수도 있다. 반대논리에만 함몰돼서는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이미 우리의 보건의료 시스템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오진위험 등 의료계 우려를 포함해 새로운 차원의 한국형 원격의료 도입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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