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캐디가 부족해서 노캐디로 골프를 해야 되는데 괜찮겠어요“
직장인 홍모씨는 2주전 어렵게 도내 골프장 한곳에 부킹예약을 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라운딩하기 이틀 전 골프장 측으로부터 ‘노캐디 라운딩’을 권유 받았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홍씨는 당황했다. 캐디 없이 셀프골프를 하는 것이 힘들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씨는 울며겨자먹기로 ‘노캐디 라운딩’을 받아들여만 했다.
당시 골프장측은 소속 캐디들이 단체로 피로감을 호소하며 병가를 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취재결과 해당 골프장 캐디들이 사측과의 갈등으로 파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홍씨 일행은 노캐디로 라운딩을 했지만 제대로 골프를 즐기지는 못했다. 폭염 속에 숨어 버린 골프공 찾기, 골프채 운반, 직접 카트 운전까지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타수를 기록하는 장비도 중간에 배터리가 떨어져서 나중에 교체하는 등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티샷하기 전 남자 직원이 와서 카트 조정, 타수 기록하는 것만 설명한 게 전부였다.
홍씨는 ”캐디피 3만 원 정도를 아끼는 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라운딩하는 내내 일행 모두가 정신이 없었다”며 “다음 홀을 기다리는 팀을 신경쓰느라 골프채를 들고 뛴 기억만 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을 겪은 것은 홍씨 뿐만이 아니다. 김모씨 또한 최근 노캐디라운딩을 해야만 했다. 마찬가지로 해당 골프장 소속 캐디들이 파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실제 도내 골프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해외로 가려던 내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도내 일부 골프장에서는 캐디들이 부족해 노캐디 라운딩을 권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캐디는 체력 소모가 많은 탓에 보통 18홀 골프장 기준으로 하루에 한 차례 라운딩에 나선다. 캐디는 한 번 라운딩에 나설 때마다 마무리까지 평균 6시간 동안 일한다. 2번 라운딩에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폭염 속에서는 힘들 수밖에 없다.
파업 이유도 이 때문이다. 폭염에 지친 캐디들이 하루 두 차례 라운딩을 나서달라는 일부 골프장 측의 요구에 맞선 것이다. 소속 캐디들은 캐디피 인상 등 처우개선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한 골프장에서 캐디 일을 하는 한모(35·여)씨는 “최근 7일 연속으로 하루 두 차례 라운딩에 나섰다”며 “다른 캐디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골프장을 찾는 이용객들의 발걸음이 계속되고 있지만 캐디 수는 한정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도 쉬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며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휴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도내 한 골프장 관계자는 ”일부 캐디들이 피로가 누적되어 병가를 냈다. 불가피하게 노캐디로 운영하고 있다“며 ”소속 캐디는 60여명 되는데 현재 남아있는 캐디는 몇 명이 근무하는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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