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렁그렁 머금고 있습니다. 고개 들어 올려다본 하늘을 툭 건드리면, 그만 팽그르르 떨굴 것 같습니다. 활로 그으면 라라 라 손가락으로 튕기면 솔 솔 솔 거릴 듯합니다. 아침에 빠진 여섯 살 손녀의 헌 이를 던지면 퐁, 흔적도 없이 받아줄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도도 도 파 파 파 소리가 들립니다. 가만 귀 기울입니다. 뒷산 도토리 한 알 떨어져 비탈을 굴러가는 소리입니다. 그 한 알을 쫓아가는 다람쥐의 잰 발걸음입니다. 하늘과 땅, 가을이 이리도 투명한 것은 사람의 눈이 맑아져서입니다. 사람의 귀가 맑아져서입니다.
무반주 가을 소나타(sonata)입니다. 그래요, 반주는 없어도 그만입니다. 파란 하늘에 오선(五線)이 그어져 있습니다. 가운데 두 가닥이 겹쳐 보이는 전깃줄입니다. 연미복을 입은 제비는 이미 돌아갔을 터, 아침저녁 음표처럼 내려앉아 까치랑 참새가 가을을 연주하겠지요. 전기는 건너가서 세상을 밝히고, 새소리는 건너와서 사람을 밝히겠지요. 음표는 스스로 그려 넣으라고 비워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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