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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터치'] 호박 같은

둔한 건지 모자란 건지 모르겠습니다. 세상 형편없고 못난 것들 죄다 호박 같다 해도 그저 둥글둥글 말 못 하니까요. 암만 그래도 향기 없는 꽃이 어디 있고, 곱지 않은 꽃이 또 세상 어디 있답니까? 애써 피워도 꽃이 아니라니요? 꽃 아니면 어디 벌 나비가 거들떠나 본답니까? 한겨울 굴풋 할 때 죽 쑤어 드시라고 뙤약볕 아래 익으면 늙었다 하시지요? 아직 풋풋하면 ‘애’라 하고 철들면 ‘늙은’이라 하시니 참……. 맞아요, 호박입니다. 추적추적 가을비 오시는 날 부침개 부쳐 드시라고 자꾸 매달잖아요, 행여 쓸쓸한 마음 환하게 밝히시라고 노랗게 피었잖아요.

어느새 아침저녁으론 제법 싸늘하네요. 울타리 너머로 하나 밀어 놓는 것, 은근슬쩍 밭둑 넘어가 한 덩이 매달아 놓는 것 다 마음이 급하다는 증표겠지요. 상강(霜降) 전이라 아직 서리 내리지 않았네요. 세 살배기 주먹만 한 채 못 영글 호박 하나 따다가, 호박순 분질러다가, 확독에 으깨고 문대세요. 쌀뜨물 받아 넣고 국 끓이셔요. 분명 넝쿨째 굴러온 맛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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