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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다하는 지역균형 뉴딜 돼야

이성원 전 TBN 전북교통방송 사장

이성원 TBN 전북교통방송 사장
이성원 TBN 전북교통방송 사장

두 사람을 대상으로 게임을 한다. 서로 생명부지일 뿐만 아니라 다시 만날 가능성도 없다. 그냥 우연하게 비슷한 시간에 전주역 앞으로 지나다가 게임에 초대됐을 뿐이다.

우선 한 사람(‘제안자’라고 하자)에게 10만원의 게임머니를 준다. 제안자는 다른 사람(‘응답자’라고 하자)과 돈을 나누게 되는데, 이때 제안자는 응답자게에 나눠줄 금액을 단 한 차례만 제시할 수 있다. 응답자가 제시액에 동의하면 둘은 합의대로 금액을 나누고 게임은 끝난다. 응답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게임머니는 회수되고 두 사람 모두 단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제안자는 응답자에게 과연 얼마를 제시했을까? 답은 평균 4만원~4만5000원 정도였다. 2만원 이하를 제시하면 응답자의 거절이 크게 늘었다.

사실 돈으로만 따지면 응답자가 제시액을 거절할 이유는 없다. 어차피 공돈(unexpected money)이다. 1만원만 받아도 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분배과정에서 공정을 염두에 뒀고, 공정하지 못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끼는 응답자는 기꺼이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응징에 나섰다. 독일의 경제학자 베르너 귀트가 1982년에 고안한 최후통첩 게임의 내용이다.

최후통첩 게임이 유행하면서 변형된 최후통첩 게임이 잇달아 실험됐다. 그 중에는 1986년 대니얼 카너먼이 고안한 독재자 게임도 있다. 제안자가 일방적으로 나눠줄 금액을 결정하고 응답자는 이에 대한 거부권이 없다는 점만 빼면, 게임방식은 최후통첩 게임과 똑같다. 제안자는 단 1원만 나눠주고 나머지를 모두 가질 수도 있다. 그러면 실험에서는 얼마를 나눠줬을까? 평균 2만8000원 정도였다고 한다.

두 가지 게임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정성의 기준이다. 상대를 의식하고 인정하는 관계에서는 6대 4를 넘어서서는 안 되며, 일방적인 독재권력 관계에서도 7대 3 정도의 비율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수도권이 지방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수도권 독재 공화국이라고 할 만하다. 기업과 금융, 의료, 교육,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의 70~80%이상이 실질적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전체 국토면적의 12%에 불과한 좁은 땅에 인구의 50% 이상, 그 중에서도 특히 청년층이 몰려 산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 문제는 압축적인 경제성장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고질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 추진한 지역살리기 3대 특별법 제정과 이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정도를 빼고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정책이 없었다. 혁신도시 마저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의 방해와 비협조로 제때 탄력을 받지 못했고, 관련기업 유치나 투자환경 등도 아직 미흡하다. 2차 공공기관이전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판 뉴딜 사업의 거의 절반(47%)을 ‘지역균형 뉴딜’로 추진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안의 그림자는 있다. 지역균형 뉴딜이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의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지역의 여건과 경쟁력을 따진다면 기업과 정보, 재정력과 정치권력(국회의원 숫자의 절반)이 집중된 수도권이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에 이어 지역균형 뉴딜까지 독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또 행정권역 중심으로 사업과 예산을 나눌 경우 도세(道勢)가 약한 전북으로서는 매우 불리하다.

이름만의 균형정책으로는 도저히 균형 근처에도 다가갈 수 없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낙후 지역을 무조건 최우선으로 배려해서 지금까지 누적된 불균형을 치유하고, 앞으로 불균형이 심화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이름값을 다하는 지역균형 정책이 돼야 한다. 이제는 수도권 집중 공화국의 오명을 벗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성원 전 TBN 전북교통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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