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청와대에서는 한 독지가의 기증을 감사하는 자리가 있었다. 기증한 작품은 국보 제180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로 그가 1840년 세도정치에 휘말려 제주도 귀양살이를 할 당시 청나라에서 유학 중이던 제자 이상적이 많은 책을 보내와 어려운 시절을 이겨냈는데 그러한 자신을 잊지 않고 귀한 서적을 보내준 마음에 감사하며 그린 그림이다. 또한, 장무상망란 단어는 세한도 밑에 찍힌 도장의 내용으로 “오래도록 함께하자”라는 뜻의 글이다.
‘세한’은 새해 설 전후의 혹독한 추위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인생의 시련과 고난을 표현한 단어이기도 하다. 추사 김정희는 귀양살이로 고통받고 있는 자신을 잊지 않고 책을 선물한 제자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 당시 중국에서 이상직이 구매한 귀한 책은 보통 집 한 채의 가격으로 쉽게 소유할 수 없는 것이었으며 그러한 책을 구해 개인의 출세를 위한 도구로 사용치 않고 외롭고 힘없는 스승을 위해 오로지 전달되었으니 그 신의는 참으로 뜻이 깊고도 고마운 일이었다. 김정희는 그러한 제자 이상직의 사시사철 늘 한결같은 모습을 소나무와 측백나무로 표현하여 세한도로 만들었으며 자신의 마음을 네 글자 ‘장무상망’에 담았다.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고 했네. 그대가 나를 대함이 귀양 오기 전이나 후나 변함이 없으니 그대는 공자의 칭찬을 받을 만하지 않은가?” <세한도> 中 세한도>
신의(信義)는 믿음과 의리를 아울러 한 말이다. 김정희와 제자 이상직에게는 신의가 있었다. 믿음은 ‘어떤 사실이나 사람을 믿는 마음’을 뜻하며 의리란 ‘사람과의 관계에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를 말한다. 신의가 없음에 불신이 생기며 불신은 시기와 논란을 만든다. 시기와 논란이 쌓이면 증오가 되고 증오는 원수(怨讐)를 만들어 낸다. 원수는 결국 한(恨)과 파멸을 자초하는 근원이 되기도 한다. 행복한 사연과 역사 뒤에는 때론 슬프고 안타까운 역사가 존재했었고 우리는 그러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으려 많은 노력을 했다.
추사 김정희 ‘세한도’의 기증에는 많은 의미와 감사함이 있겠지만 필자에게는 세 가지 뜻이 있다. 첫째,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의 문화재를 아무런 이익 없이 국가에 기증한 마음의 감사함이요, 둘째, 추사 김정희의 예술적 가치가 후손 대대로 올곧이 간직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감사함이며, 마지막으로 셋째, 선조들의 신의를 생각하며 우리의 마음을 깊게 돌아볼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준 것에 대한 감사함이다.
세한도의 아름다움은 이제 후손에게 안전하고 바르게 전해질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함과 더불어 다시금 필자의 바람이라면 “오래도록 함께하자”란 장무상망의 ‘신의’를 내포한 단어가 다시금 우리 마음속에 각인되어 교훈을 담아 추사 김정희의 작품과 함께 영원토록 후대에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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