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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품격을 높이는 독서교육을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더 많이 읽으면 똑똑하게 되고, 학력이 높아지며, 그들이 결국 부자가 된다.’ <하루 15분 책읽어주기의 힘> 의 저자 짐 트렐리즈의 주장이다. 동네 도서관에서 성장했다는 빌 게이츠나 리드대학의 인문학 고전을 섭렵한 스티브 잡스의 성공 비결이 독서였음은 세상이 다 아는 바이다. 핀란드가 세계 1위의 교육 강국일 수 있었던 것도 독서교육 때문이다.

우리 역시 교육과정 안에 독서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독서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는 아직 역부족이다. 그 원인은 먼저, 수험과목 집중으로 인한 무관심일 것이다. 잠재적 역량을 기르기보다 당장 점수를 올리기에 급급하다 보니 독서가 입시 교과에 밀릴 수밖에 없다. 둘째,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게임 중독 때문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 등이 책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재미가 있으니 독서가 후순위가 된 것이다. 셋째, 매력적인 독서 프로그램의 부족이다. 무작정 독서의 가치만을 강조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따르지는 않는다. 다양한 매체에 맞설 독서교육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독서교육을 활성화시키려면 첫째, 독서의 효과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독서보다 문제집을 풀어야 성적이 오른다는 사고를 버려야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2004년 당시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독서가 대입과 취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12년간 종단 연구했다. 2016년에 발표한 결과는 놀라웠다. 중학교 때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의 과목별 수능 표준 점수(환산치)가 22점 높았고,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좋은 직장에 취업할 확률이 20%가 높게 나왔다. 더 놀라운 것은 책을 많이 읽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부유하고 학력수준이 높은 가정의 학생들보다 수능점수가 10~20점 정도 높았다는 점이다.

둘째, 교육적 차원에서 아이들의 매체 접근을 조절해야 한다. 성인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데, 호기심 많은 학생들은 어떻겠는가? 서울시의회가 2020년 11월에 실시한 서울시내 초·중·고교생과 학부모 대상 설문에서 학생 62%, 학부모 72.7%가 학생들의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우리 전북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뇌 발달이 활발한 시기를 대략 12세까지로 보고 있다. 이때가 독서습관을 기르는 골든타임이다. 중독성 있는 일을 아이 스스로 자제하기는 어렵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접근을 교육적으로 조절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다.

셋째, 다양한 독서교육 활동이 수업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독서교육은 교육과정과 별개가 아니라 교육과정 내에서 교과,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해 실시되어야 한다. 체계적인 독서교육을 위해 읽기 전, 중, 후 활동 내용을 작성해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성취기준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온작품 읽기, 등장인물에게 편지 쓰기, 역할극으로 바꾸어 보기, 재미있는 장면 그림으로 표현하기, 모둠별 스토리 북 만들기, 줄거리를 노래나 랩으로 표현하기, 책속에 나오는 복장 관련 패션쇼 하기 등 학생들의 수준과 흥미를 고려한 맞춤형 독서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의 독서에 대한 친화력이 높아질 것이다.

독서는 아이를 성공으로도 이끌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통해 남을 이해하고 교감하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처럼 독서를 통해 길러진 따뜻한 품성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함은 물론, 공동선을 위한 연대와 협력으로 나가게 할 것이다. 따라서 독서는 사람의 품격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길이다. 체계적인 독서교육이 절실한 이유이다. /서거석 더불어교육혁신포럼 이사장·전 전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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