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히로야의 저서 ‘지방소멸’은 30년 안에 일본 자치단체의 절반(896곳)이 소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스다 히로야는 이와테현 지사를 3선 역임한 관료 출신 정치인이다. 한국고용정보원도 우리나라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이 105곳에 이른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전체의 46%에 이르는 수치다.
지방소멸의 원인은 저출산, 고령화에다 수도권 인구유출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모두 공통 현상이다. 이런 흐름을 막을 대책은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지방소멸을 막을 대안으로 지방 거점도시 육성을 꼽는다.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산업, 교육, 의료, 복지시스템을 만들어 주민수요를 지역 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거점도시가 수도권 집중을 막을 방어선 기능을 하고, 수도권에 진출했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이른바 ‘인구 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 정부는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 지방소멸을 막고 균형발전을 꾀할 ‘3+2+3’권역별 메가시티 전략을 내놓았다. 수도권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충청권(충남충북세종)의 그랜드 메가시티, 대구경북·광주전남의 행정통합형 메가시티, 전북·강원·제주의 강소권 메가시티가 그것이다.
이 전략은 광역시를 축으로 한 권역설정이 포인트다. 전북처럼 광역시가 없는 곳은 불이익을 받게 되고 불균형도 심화될 것이다. 국가예산, 공모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등 정책과 자원배분이 광역권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근 전북 패싱으로 논란이 된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계획도 그런 사례다. 국토교통부는 2030년까지 127조원을 투자하게 되는데 그 대상이 수도권, 부산울산권, 대구권, 광주권, 대전권 등 모두 광역시 위주다. 전북, 충북, 강원은 국물도 없다.
세수 역시 차별적이다. 광역시가 없는 전북은 광역시가 있는 권역별 예산의 2분의 1밖에 안된다. 광주나 울산은 1인당 세수가 600만원인데 비해 광역시 없는 권역 거점도시의 그것은 평균 30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면 교통, 쓰레기, 복지, 환경 등 행정수요는 폭발적이다.
차제에 특례시 제도도 개혁돼야 맞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 통과된 특례시 기준이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로 설정된 것은 광역자치단체의 의사를 반영한,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다. 미국과 일본도 인구 50만명 이상을 대도시권으로 분류하고 있거니와 생활인구, 유동인구, 정치경제 중심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옳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획일적인 기준 때문에 도청 소재지이면서 생활인구가 100만명에 육박하는 전주시가 특례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광역시도 없거니와 특례시마저 배제된 전북은 지방소멸을 막고 수도권에 대응할 대도시 육성 전략에서 실패했다. 전주완주 통합 불발도 그 연장선에 있다.
학계의 지적은 통렬하다. “중앙정부의 일괄 특례 부여방식을 탈피, 상향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 “지역의 정치 행정 경제 거점도시는 균형발전 차원에서 고려하는 것이 대도시 정책방향의 중요한 요소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서정섭 박사)
문제는 광역시가 없거나 거점도시 기능이 미약한 전북 같은 지역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가균형발전위와 국토연구원은 수도권 중심의 국토공간 구조에 대응할 초광역 전략을 지방정부에 권유하고 있지만 전북으로선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다. 고육지책으로 독자권역을 추진한다지만 옹색하다.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닌 지방 생존권의 문제다. 거점도시 규모가 미약하거나 광역시가 없는 지역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북의 정치권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