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부유층의 외국 원정 출산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자녀의 외국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산모가 미국·캐나다 등 해외로 나가 출산하는 것으로, 일부 중산층까지 가세하면서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농어촌지역 산모들의 원치 않는 타 지역 ‘원정 출산’이 문제가 되고 있다.
농어촌지역의 출산 인프라 붕괴가 심각하다. 전북의 경우에도 전주와 익산·군산을 제외한 시·군지역에서 분만시설을 갖춘 산부인과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지역 임산부들은 다른 도시로 힘겹게 이동해서 아이를 낳아야만 한다. 출산 전 진료와 분만에 많은 불편과 비용이 따르고, 응급분만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어 산모와 신생아의 생명에 위험이 따를 수도 있다. 이 같은 열악한 출산환경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청년층의 농어촌 이탈과 이에따른 지역소멸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은 적극적이지 않았다.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한 시책으로 각 지자체가 앞다퉈 조례를 만들고, 출산장려금·출산지원금 늘리기 경쟁을 펼쳤지만 정작 무너지는 지역사회 출산 환경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수요가 없는 곳에 공급이 줄어드는 게 시장논리이지만, 지역소멸과 직결되는 출산 문제를 수요 공급의 원리로만 따져서는 안 될 일이다. 학생수가 적다고 농어촌지역 학교를 모조리 폐교할 수 없는 것처럼 지역사회 생존의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농어촌지역이 많은 전북은 지역소멸 위기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하다.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나서 출산환경을 개선하는 일부터 추진해야 한다. 대응은 과감하고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지자체의 투자와 노력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동안 각 지자체가 인구 늘리기 정책을 역점 추진했지만 성과는 거의 없었다.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목표로 제시한 새 정부가 최우선으로 투자해야 할 분야가 바로 농어촌 출산환경 개선사업이다. 보건복지부가 공모사업으로 추진해온 ‘분만 취약지 산부인과 지원사업’부터 변경해서 선별 지원 방식이 아닌 일괄 지원사업으로 대폭 확대 시행해야 한다. 출산 이후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우선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일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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