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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백선엽은 일제에 협력해 한인 독립군을 토벌했다"는 주장 '대체로 사실’

△팩트체크 요약
‧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선엽은 일제에 협력해 한인 독립군을 토벌했다"는 발언
‧ 백선엽은 1943년부터 만주국 소속 간도특설대 장교로 복무
‧ 간도특설대는 만주지역 한인 독립군 토벌 앞장선 친일 부대
‧ 백선엽 본인도 자서전서 간특대 당시 한인 독립군 토벌 인정
‧ 그러나 백선엽이 복무하던 당시 만주에 한인 독립군은 소멸 상태
‧ 해당 시기 간도특설대 중국 내륙서 중국 공산당 팔로군 토벌 주력
‧ 백선엽이 한인 독립군을 직접 토벌했다고 하기엔 근거가 모호
‧ 다만 조선의용군 등 한인 독립군이 중국 공산당에 상당수 편제된 것은 분명한 역사적 사실
‧ 따라서 해당 주장에 대해 '대체로 사실'로 판정함

[보충설명]

6.25전쟁 당시 다부동 전투 등에서 큰 공을 세운 고(故) 백선엽 장군의 친일 의혹이 다시금 불붙고 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달 6일 CBS 라디오에서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에 복무한 것은 사실이나 당시 만주엔 독립군 자체가 없었다. 그가 친일파가 아니라는 것에 장관직을 걸고 이야기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보훈부는 지난 24일 백선엽 장군의 국립현충원홈페이지의 안장자 정보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를 삭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자신의 SNS 계정에 "백선엽은 일제에 협력해 직접 독립군을 토벌하던 친일반민족행위자일 뿐이다“고 반론했다. 해당 발언은 사실일까. 전북일보가 검증해 봤다.

 

[검증대상]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선엽은 일제에 협력해 조선인 독립군을 토벌했다"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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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게시물(7월11일자) 갈무리

[검증방법]

- 한일관계사학회 2008년 논문 '만주지역 간도특설대의 설립과 활동’

-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 4-7: 친일반민족행위결정

- 백선엽 1993년 자서전 '대 게릴라전 미국은 왜 패배했는가’

- 한국근현대사학회 2007년 논문 '해방 전후시기 만주지역 조선의용군과 동북항일연군의 동향’

-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해당 내용과 관련 언론 보도

- ”내가 후퇴하면 날 쏴라” 나라 구한 백선엽을 누가 왜 흔드나(20.05.29, 조선일보)

- 독립군 토벌하고 반성 없는 백선엽이 현충원 안장?(20.05.30, 미디어오늘)

- 전쟁영웅 백선엽, 일제시대 행적은?(11.07.01, 노컷뉴스)

 

[검증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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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 주요 경력 표./출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

△ 백선엽이 복무한 간도특설대는 어떤 부대였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를 펴내면서, 백선엽에 대해 “1943년부터 1945년까지 간도특설대 장교로서 일제의 침략 전쟁에 적극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백선엽이 복무한 간도특설대(이하 간특대)는 만주지역 항일 무장단체 토벌에 앞장선 대표적 친일 단체였다. 보고서는 간특대가 1939년 이래로 1945년 해산될 때까지 총 108차례의 독립군 토벌 활동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살해된 항일 인사와 민간인 등이 172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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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선엽 회고록 갈무리,/출처=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서

백선엽 본인도 1993년 일본어로 펴낸 자서전 ‘대 게릴라전 – 미국은 왜 패배했는가’에서 “우리가 추격했던 게릴라(항일세력) 중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며 “주의주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던 조선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이이제이(以夷制夷)를 내세운 일본의 책략에 완전히 빠져든 형국이었다”는 내용을 본문에 담기도 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2009년 이 같은 내용과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 10호를 토대로 백선엽을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포함시켰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백선엽은 구체적인 개인 행적을 고려할 필요 없이 일제에 부역한 간도특설대에 복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명백한 친일 반민족행위자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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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10월15일자 간도신보에 실린 간도특설대 관련 기사/출쳐=국사편찬위원회

△ 간도특설대는 맞지만, 당시 만주에 한인 독립군은 없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백선엽이 독립군을 토벌하던 간특대에서 복무한 것은 사실이나, 그가 직접 독립군을 때려잡았다는 주장은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억측에 불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근현대사학회가 2007년 발표한 논문 '해방 전후시기 만주지역 조선의용군과 동북항일연군의 동향'에 따르면 1931년 이후 일제의 토벌이 거세지자 한인 독립군은 만주를 떠나 중국 내륙으로 이동했다.

따라서 당시 만주에 남아있는 항일 무장세력은 중국 공산당의 지휘를 받는 '동북항일연군'이 유일했다. 이 부대는 김일성이 이끄는 한인 독립군도 상당수 편제돼 있었다.

일제는 1939년부터 2년반 동안 간도특설대를 앞세운 대대적인 토벌작전을 진행해 항일연군을 완전히 궤멸시켰다. 이때 항일연군에 속한 한인들은 중국 내륙이나 소련령으로 대피했기 때문에 1940년을 전후로 만주에서 한인 독립군 활동에 관한 기록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여기에 백선엽이 지난 2019년 6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서전에 간도특설대 근무 시절 한인 독립군과의 전투가 있었던 것처럼 기술한 데 대해 “간도특설대로 발령받아 부임한 1943년 초엔 항일 독립군도, 김일성 부대도 만주를 떠나고 없을 때였다”며 “1930년대 간도특설대 초기의 피할 수 없었던 동족 간의 희생 사례에 대해 가슴 아픈 소회를 밝혔던 것 뿐”이라고 부인하면서 앞선 주장이 설득력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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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특설대 활동시기 그래프./출처=국사편찬위원회

△ "중국 공산당 vs 한인 독립군" 명확한 시각차

그러나 간도특설대는 백선엽이 복무하기 시작한 1943년 이후에도 중국 내륙으로 이동해 항일단체 토벌을 지속했다. 

한일관계사학회가 2008년 발표한 논문 '만주지역 간도특설대의 설립과 활동'에 따르면, 만주에서 할 일이 없어진 간특대는 1944년 1월15일 리허성(현재의 허베이성 인근)으로 이동해 중국 공산당 산하 팔로군을 상대했다. 이곳에서 간특대는 팔로군을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민간인을 학살하고 고문하는 등의 전쟁 범죄를 서슴치 않았다. 논문은 간특대가 리허성에서 살해한 민간인만 164명에 달하며, 백선엽도 정황상 토벌 작전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여기서 간도특설대가 러허성으로 이동한 이후 맞서 싸운 대상을 어떻게 봐야할 지에 대한 역사적 해석이 쟁점으로 등장한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을 비롯한 일각에선 "팔로군은 한국 독립군과는 전혀 무관한 중국 공산당 집단일 뿐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사편찬위원회 등 학계에 따르면 당시는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이 연합한 국공합작 시기로, 팔로군 역시 일제에 맞선 연합국의 일원이었다. 게다가 한인으로 이뤄진 '조선의용군'이나 '한국광복군' 역시 중국군 편제 하에 항일 전쟁에 참여했다는 역사적 사실도 분명하기에 팔로군 내에도 한인 독립군이 상당수 속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실상 리허성 이동 후 간특대의 팔로군 토벌 활동은 한인 독립군과 교전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셈이다.

 

[검증결과]

이 같은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간도특설대가 한국의 독립운동을 탄압한 친일 조직임은 분명하다. 백선엽 본인도 자서전에서 간도특설대 복무 이력과 함께 같은 한인 토벌에 나선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간도특설대가 상대했던 동북항일연군이나 팔로군 등 중국 공산당 산하 군대 내 한인 독립군이 상당수 편제돼 있기도 했다. 하지만 백선엽이 간도특설대에 발령받은 1943년 이후 만주 지역 한인 독립군은 일제의 토벌에 완전히 소멸한 상태였다. 이 시기 간특대는 만주를 떠나 중국 공산당 산하 팔로군 토벌에 주력했기에 백선엽이 한인 독립군만을 때려잡았다고 하기엔 모호한 부분이 있다. 따라서 "백선엽은 일제에 협력해 한인 독립군을 토벌했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로 판정한다. 

이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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