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대정부 질의에서 집값이 11% 정도 올랐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 서병수 의원이 “현 정부 들어 어느 정도 집값이 올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김 장관은 관련 통계의 근거로 한국감정원이 제시한 통계를 들었다.
서 의원은 이에 “11%가 오른 것이 맞느냐”고 반문한 뒤, “KB국민은행 숫자로 보면 52.7%, 한국감정원 수치로 보면 57.6%라는 부동산 가격의 폭증이 있다”고 반박했다.
김 장관은 서 의원에게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 변동폭’으로 전체 집값 변동을 대변하기 힘들다”고 맞섰다.
그러나 김 장관이 제시한 11% 통계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서울 시민들이 체감하는 집값 상승폭과 괴리가 있는데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발표한 통계와도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이 인용한 통계
한국감정원 자료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시계열’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대비 올해 6월 서울의 주택종합(아파트, 연립·단독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은 11.28%이다. 김 장관은 지난달 23일 대정부 질의에서 이 수치를 인용했다. 현 정부 3년간 아파트를 비롯한 빌라, 단독주택 등 서울시에 있는 모든 주택 가격변화를 얘기한 셈이다.
아파트만 분리해서 보면, 같은 기간 13.8% 올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24일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변동치로 제시하는 14%의 근거로 쓰이는 대목이다.
경실련의 반박
경실련은 지난달 24일 “김 장관이 국토부가 제시하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14%보다 낮은 전체 주택상승률로 답변했다”며 “최대한 낮은 수치를 앞세워 자신의 과실을 축소하려는 태도”라고 반박에 나섰다.
경실련은 우선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서울 주택유형(아파트, 단독, 연립)별 부동산중위매매가격을 기준으로 매매 가격변화를 근거로 들었다. ‘중위매매가격은 표본을 구성한 전체 주택의 매매가를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을 의미한다. 그 결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1채당 평균 6억600여만 원이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3년 만에 9억2000여만 원으로 51.75%가량 올라 주택 값 상승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시기 단독주택은 1억 원으로 16%, 연립주택은 0.2억 원으로 9% 상승하는 데 그쳤다.
국토부에서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부동산중위매매가격 통계도 받아서 공개했다. 한국감정원 중위 가격통계를 보면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5억2996만원이었으나 올해 5월 기준 8억3410만원으로 57.39% 올랐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 상승률보다 5.64% 더 높게 나온 셈이다.
김 장관이 제시한 주택종합 매매가격 변동률 11.28%를 두고도 반박했다. 김 장관이 인용한 감정원 자료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와 과거 정부의 집값 인상률을 비교했는데, 문재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4%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간 상승률 3%에 비해 4.7배 높았다. 인상속도를 보여주는 연간 상승률로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는 4.7%, 과거 정부는 0.4%로 격차가 11.8배다. 장관이 인용한 감정원 자료상으로도 집값이 과거 정부보다 빨리 올랐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감정원 지수로 문재인 정부 주택값 상승률을 떼놓고 보면 그 수치가 높지 않게 느껴진다”면서 “과거 정부 상승률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추이가 지속되면 임기 말인 2년 뒤 아파트값이 엄청난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위가격과 집값 변동의 상관관계
대다수 전문가들은 중위가격이 실제 집값 변동과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전제 주택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한 가운데 위치한 가격으로, 전체 주택의 가격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간 집값이 상승한 비율을 따질 때는 ‘매매가격 지수 변동률’이 가장 양호한 지표라는 게 통계학자들의 설명이다. 중위매매가격은 1년 내 특정 시기 집값 변동 수준은 제대로 보여주지만, 해가 넘어갈 경우 연속적으로 관측된 집값 상승률은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한국감정원이 1년 마다 모집단인 표본 수치(아파트 표본 확대 및 축소)를 변경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연말연시에 중위매매가격이 급격히 오르는 현상도 확인된다.
예컨대 2019년 12월 7억9757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한 달 만인 올 1월 8억3920만원으로 4000만 원가량 상승하는 현상을 보인다. 특히 2018년 12월(6억8749만원)부터 2019년 1월(7억8619만원)사이에는 1억 원 가까이 올랐다.
감정원 관계자는 10일 전북일보와 통화에서 “연말에 전국 재고량을 기준으로 표본을 보정하면 고가의 신규 입주 대상 아파트가 많이 포함되고 오래된 재건축 아파트가 멸실이 된다”며 “이럴 경우 1월 달에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위가격은 표본구성을 바꾸기만 해도 변동이 된다”며 “연속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매매가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매매가격지수는 동일한 표본의 가격 변동을 반영한다. 이 때문에 변동폭이 크지 않다. 가령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10.6이고, 지난해 12월 지수는 110.1이다.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도 보인다. 2019년 1월 매매가격지수(99.9)는 2018년 12월(100.2)보다 낮아졌다. 이는 2018년부터 입주를 시작했던 상도동 ‘e편한세상 상도 노빌리티’(893가구)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가 다음해 시세 조사 대상 표본에 새로 포함된 후 중위매매가격 상승에는 큰 영향을 주지만 아파트 전체 시세 변동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전북일보의 판단
국토부가 문재인 정부 3년간의 부동산 상승 지표로 주택매매가격 지수 변동률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국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시간의 경과에 따라 연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부동산값을 나타내는 객관적인 지표이고 전체 집값 변동을 대변한다 해도, 서민들이 체감하는 집값 수준은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 김 장관과 국토부가 ‘현 정권에 부담이 되는 중위가격 상승폭을 가리기 위해 줄곧 주택종합(아파트, 연립·단독주택 전부 포함) 매매가격 지수로만 부동산 변동 폭을 제시하는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상승지표에서 서울 아파트의 중위매매가격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 구에 시세가 가장 높은 고급 아파트 단지가 가격이 오르면 주변에 있는 아파트 단지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성동구 성수동의 ‘트리마제’의 매매가가 오르면 주변에 시세가 낮았던 다른 아파트 가격도 같이 상승하는 식이다. 이는 중위매매가격의 상승에도 영향을 준다. 또 서울 전체 집값 상승은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다는 통계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아파트 재개발과 부지 재건축, 지하철 및 수도권광역급행철도 개설, 혐오시설 제거 등 도시 정비 사업으로 저가 아파트가 사라지고 고가 아파트가 새로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상으로 주택값 상승률도 과거 정부와 비교했을 때 11배가 높아졌다. 서민들의 현실에선 집값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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