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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지역과 함께 하는 국립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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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요즘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감이 매우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지방소멸 문제는 급격히 낮아진 출산율로 인한 인구감소와 함께 수도권 집중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나 지방에서 청년층의 이탈이 심각하다고 한다. 가속화되는 청년층의 지역 이탈 원인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좋은 직장에 이어 문화시설이 부족한 점을 그다음으로 꼽고 있다. 문화향유 기회가 거주지를 결정하는데 주요 고려 요소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문화기반시설 또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지방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향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문화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래전부터 지방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노력하여 역사적인 고도와 지방 거점도시 13곳에 국립박물관을 확충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해당 지역에서 핵심 문화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해오고 있지만, 지역 내 소도시에까지 촘촘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한계도 있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러한 지역 간 문화향유 격차를 해소할 여러 방안을 고민하던 끝에 지금까지와는 달리 과감한 사업을 계획하였다. 바로 학교 교과서에 소개된 익히 알려진 국보, 보물로 지정된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소규모 전시를 꾸려, 지방 소도시의 공립박물관과 협력해 전시를 개최하는 방안이다. 사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중요한 전시품을 상대적으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에 선뜻 내어놓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국립박물관이 지역 간 문화불균형을 해소하고 지방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데 앞장서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주저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도록 만들었다. 

새로운 시도로 만들어진 전시가 바로 <국보순회전: 모두의 곁으로>이다. 신라금관, 농경문청동기, 상형토기, 조선백자, 고려청자를 주제로 한 6개의 전시로 구성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전시 기획과 전시장 조성은 물론 연계 교육프로그램까지 제공하고, 국립지방박물관이 대상기관 선정, 전시품 운송과 설치 및 관리를 담당한다. 전시가 열리는 공립박물관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를 풍성하게 준비했다. 이렇게 중앙과 지방, 국립과 공립박물관이 함께 힘을 모아 준비한 전시는 상·하반기 각기 6곳, 모두 전국 12곳의 공립박물관에서 열린다. 

우리 지역에서는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 <순백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조선백자> 전시가 6월 18일 개막해 8월 25일까지 이어진다. 백자 달항아리를 비롯해 국보로 지정된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백자발 등을 선보이고 있다. 소규모 전시지만 조선백자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예년 같은 기간 대비 3배 가까이 많은 관람객이 찾을 만큼 반응이 매우 좋다고 하니, 지역의 문화향유에 대한 갈증 해소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도 든다. 하반기에는 경주 금관총에서 나온 신라의 화려한 금관과 금제허리띠, 그리고 ‘이사지왕尒斯智王’이 새겨진 칼을 소개하는 <금관총 금관, 그리고 이사지왕> 전시가 장수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처음 시도해 본 <국보순회전: 모두의 곁으로>가 새로운 발상과 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부족한 점도 있을 터이나 첫 도전에 호응이 좋아 용기도 얻고 보람도 느낀다. 앞으로도 국립박물관은 지방의 공립박물관과 협력하며 지역의 문화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길을 꾸준히 찾아갈 것이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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