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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기회, 전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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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진 전주대 교수(행정학과)

용인시에 들어설 세계 최대의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할 인프라 준비가 미비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전력 소비가 큰 반도체 산업은 RE 100 규제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없는 반도체 생산 단지란 사실상 사상누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LNG 발전으로 수요를 일부 충당하고 나머지는 서남해권에서 생산될 재생에너지 전력을 200km 이상 끌고 오는 송전선 연결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이 역시 수조원대의 건설비용과 송전망을 둘러싼 갈등, 그리고 가스발전은 RE 100에 포함되지 않는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전문가들이 지금이라도 반도체 클러스터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으로 분산할 것을 주장한다.

반도체 지역 분산론은 실제로 RE 100 반도체 산업의 발전, 탄소중립의 실현, 지역소멸 문제의 해결이라는 여러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책으로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특히 새만금지역을 재생에너지 메카로 육성해 RE 100 산업단지, 그린 모빌리티, 재생에너지 신산업 선도지역으로 탈바꿈하고자 하는 전북으로선 반가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전북 정치권 일각에서 이런 가능성을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관심을 쏟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과는 별개로 막상 전북의 현실은 이를 기회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전북 지역의 재생에너지 발전이 윤정부의 반 재생에너지 정서와 맞물려 정체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현재 새만금 태양광과 풍력 사업은 각종 수사에 휘말리며 거의 답보상태이고, 새만금 개발청마저도 재생에너지에 소극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아울러 10여 간의 표류 끝에 2020년 재추진되기 시작한 2.5GW급 대규모 발전 용량의 서남권 해상풍력 사업도 여전히 시범사업 단계이고 계통 문제 역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한전이 호남권을 ‘계통관리 변전소’로 지정해 2031년까지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추가 접속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가뜩이나 태양광 계통 연계 지연 수준이 여타 지역보다 높은 전북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도 이번 제한 조치가 신규 변전소를 건설할 해상풍력 발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확산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린 만큼, 해상풍력의 개발 속도를 한층 더 높이기 위한 지방정부 차원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현행법상 풍력 사업자는 공사계획 인가까지 최소 68개월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최대 10개 관련 부처의 29개 법률에 따른 인허가를 직접 받아야 한다.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 또한 민간 사업자의 몫이다. 이러한 절차상의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외국의 경우처럼 계획입지선정과 원스톱샵 제도 등을 통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사업의 실현성을 높이는 입법 작업이 국회에서 계속 논의 중이다.

이처럼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강조되는 흐름에 발맞춰 전북에서도 군산시가 초기 입지와 타당성 조사를 먼저 수행하는 공공주도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반가운 마음이다. 여기에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역경제 활성화와 연계해 기획하려는 진일보한 구상도 함께 담겨있다. 부디 이런 시도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성공 모델로 확산돼 전북의 RE 100 산단에도 삼성과 SK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임성진 전주대 교수(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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