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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세계기록유산이 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19) '순교약력'과 '종리원사부동학사'- 남원 동학농민혁명의 기억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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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약력> 표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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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리원사부동학사> 표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제공

 

2023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순교약력>과 <종리원사부동학사>는 남원지역 동학의 역사와 동학농민혁명의 실상을 잘 보여주는 기록물이다. 1995년에 남원대접주 김홍기(金洪基, 1856-1895)의 3대손인 김동규(金東圭)가 소장하고 있던 기록물을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특히 이들 기록물은 남원 동학농민혁명에 직접 참여한 유태홍의 진술을 남원군 종리사 최병현이 각각 1923년과 1924년에 정리한 것으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기억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 때문에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할 때 중요 기록물로 선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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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약력> 위령문.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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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약력> 위령문 및 순교자명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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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약력> 순교자명와 김홍기대접주 활동내용.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제공

 

<순교약력>은 동학농민혁명에 직접 참여한 유태홍의 진술을 남원군 종리사 최병현이 1923년에 정리한 1책 61면의 기록물이다. 이 기록물이 생산된 직접적인 계기는 1923년 3월 10일 있었던 천도교 남원교구의 ‘갑오 이래 순교인의 위령식’이었다. 남원교구는 3월 1일 42명의 순교인과 47명의 환원인 총 91명의 명단을 작성하고 8일 뒤인 3월 9일에는 위령문을 차례로 작성하였다. 순교인은 동학농민혁명 과정에서 사망하거나 그 직후 체포되어 처형된 인물이고, 환원인은 동학농민혁명 이후 동학교단 내에서 활약하다가 사망한 인물들이다. 

특히 이 자료가 주목되는 점은 갑오년에 사망한 이들에 관한 기록이다. 여기에는 김홍기 등 남원지역 유명접주들의 출생, 거주지, 동학 입교시기, 연원, 지위, 활동내용, 체포과정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에 따르면 순교자 42명 가운데 남원 출신이 38명으로, 출생지는 둔덕면과 산동면 출신이 각각 7명과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둔덕면은 김홍기가 친인척을 적극 동학에 가입시켜 활동한 결과 김홍기가 살던 탑동리 출신이 가장 많았다.   

순교자의 나이는 1850년대생이 12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1860년대생 10명이다. 이것으로 보아 동학농민혁명기에 활동한 남원 토착 동학농민군은 주로 젊은 나이층인 20-30대가 주축을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전투과정에서 죽은 인물도 있지만, 주로 12월에 민보군에게 체포되어 남원과 오수장터 등지에서 처형되었다. 일부는 감옥에서 장독으로 죽었다. 또 일부는 출옥하였지만, 이후에도 동학 지목이 심해 병사하거나 자결하기도 하였다. 당시 처참하였던 남원의 동학농민혁명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만, <순교약력>은 수록 인물을 사망자로 국한한 데다, 남원지역과 연원이 있는 사람들만 대상으로 하였다. 따라서 실제 동학농민혁명기 사망한 남원 출신 동학농민군은 <순교약력>에서 정리한 인원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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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교남원군종리원 연혁.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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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리원사부동학사> 유태홍 전라좌도 대표 소장 제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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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리원사부동학사> 동학농민혁명 전개과정.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제공

<종리원사부동학사>는 1926년 남원군 천도교 종리사 최병현이 갑오년 당시의 남원지역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유태홍의 구술을 바탕으로 남원군의 동학 연혁을 기록한 책이다. 이 자료는 1861년 수운 최제우가 남원에 온 사실부터 1904년 일진회사건까지 44년 동안의 남원지역 동학 역사를 정리하고 있지만, 전체 분량의 60% 정도가 갑오년 남원지역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사실을 중요하게 기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종리원사부동학사>는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가 남원에 온 사실을 다른 어느 자료보다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실제 수운이 남원에 와서 은적암에 기거하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1861 6월에 대신사가 호남으로 향하시어 산수풍토와 인심풍속을 살펴보시고 본군 남문 밖 광한루 아래 오작교 옆 서형칠 집에 와서 머물며 수일을 유숙하다가 그 집은 약방인 까닭에 번잡함으로 인하여 부근에 있는 서형칠의 조카 공창윤 집에 유숙하시며 서형칠, 공창윤, 양국삼, 서공서, 이경구, 양득삼 등에게 전도하실 때 --- 동년 가을에 대신사께서 은적암(은적암은 본군 서쪽 10리쯤 교룡산성 덕밀암 내 대신사께서 거주하신 방호)에 돌아와서 연성으로 가을 겨울을 지내시고”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내용은 다른 어느 자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귀중한 내용들이다. 

다른 자료에서 찾아볼 수 없는 또다른 내용은 1892-1893년에 걸친 동학운동 관련 내용이다. 최시형이 이끄는 동학교단은 1892년 10월 공주집회를 시작으로 삼례집회, 광화문 복합상소, 금구집회, 보은집회를 연이어 개최하여 동학의 자유를 쟁취하고자 하였다. 이때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서인주이나, 그에 관한 기록이 없어 그동안 서인주의 활동상을 알 수 없었다. <종리원사부동학사>에는 삼례집회 때 서인주가 전라감영의 영장 김시풍과 담판짓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그밖에도 1892년 11월 삼례집회 때 남원 출신 유태홍이 전봉준과 함께 장두가 되어 소장을 전라감사에게 제출한 점, 1893년 1월 10일 전봉준이 작성한 창의문을 김영기가 남원에 게시하고 유태홍이 구례에 첨부한 사실, 금구 원평집회의 전말 등은 다른 자료에서 찾아볼 수 없는 내용들로 기록물로서의 가치가 크다. 

특히 <종리원사부동학사>는 남원지역에서 전개된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새로운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 가운데 김개남이 남원에 5영을 설치한 사실, 전봉준이 운봉 박봉양을 찾아가 그를 설득해 민보군을 해산시킨 사실과 김개남과 8일간에 걸쳐 논쟁을 벌인 사실, 많은 동학농민군이 희생된 11월 방아치전투, 전봉준의 최후 모습 등이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11월 28일 남원성 전투 이후 살아 남은 동학농민군 오백명이 유태홍을 따라 순천으로 향하였다는 기록 역시 중요하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종리원사부동학사>는 “수백인이 갑오 12월부터 을미 봄 여름까지 남원장터와 오수장터 및 각 방면 도회지에서 총칼의 원혼이 되고 그 외 생존 도인도 가산탕진하고 망명도주로 유리걸식하여 거처없이 떠도는 자가 수백인이었다.”라고 하면서 처참히 죽어간 남원 동학농민군의 최후를 잘 말해주고 있다.

다만, <종리원사부동학사> 내용은 유태홍의 구술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몇 가지 사실 오류도 있어 고증이 요구된다. 김개남 부대가 남원을 떠나 행군한 곳도 청주가 아닌, 공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일부 기억의 오류가 있을지라도, <순교약력>과 <남원종리원사부동학사>는 남원지역에 동학이 확산되는 일련의 과정과 남원 동학농민혁명의 실상에 관한 다양한 기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록물이 1995년에 공개된 이후 <영상일기>∙<갑오약력>∙<박봉양경력서> 등과 함께 남원지역 동학, 동학농민혁명, 천도교 연구에 활용되어 남원지역의 동학농민혁명사 연구를 풍부하게 하고 있다. 

특히 다른 기록물의 경우 정부나 양반유생의 시각에서 기록된 반면, 이 두 자료는 동학농민혁명에 직접 참여한 동학농민군의 구술을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이 점은 동학농민군이 직접 남긴 기록물이 많지 않은 실정에서 매우 가치 있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아닐 수 없다. 

/김양식(청주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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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식(청주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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