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문화관광재단과 갈등을 빚던 전북도의회가 2025년도 재단 예산을 대거 삭감하면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앞서 재단 노조가 폭로했던 예산 삭감을 볼모로 인사 문제 정리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도의회 문화안전소방위원회는 지난 22일 2025년도 재단 예산을 심사하면서 전체 210억여 원 중 절반에 가까운 87억여 원을 삭감했다. 도의회는 방만한 예산 편성을 문제 삼은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재단 노조 주장대로 ‘인사 문제’가 정리되지 않자 예산 삭감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25년 재단 본예산 상임위 개수조정 현황을 보면 △전북 예술인 복지증진센터 운영 △전북자치도 관광마케팅 종합지원센터 운영 △전통예술 지역브랜드 상성공연 운영 △거리극 축제 노상놀이야 △청년예술 주문배달 서비스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 등 전체 예산의 40%가량이 삭감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재단 예산 삭감을 주도한 도의원이 재단과 ‘인사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박용근 의원이라는 점이다. 예산 심의에 앞서 박 의원은 긴급 현안질의와 행정사무감사에서 재단의 인사 문제를 지적했다. 지방재정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아 해임된 재단의 팀장급 직원이 복직 후 본부장으로 승진한 점을 집요하게 문제 삼으며 개선을 요구했다.
재단 노조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행정사무감사를 앞둔 지난달 2일과 7일 요구자료 설명 자리에서 박용근 의원이 ‘인사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재단 예산을 50% 삭감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실제 예산 심의 과정에서 박 의원이 총 33개 재단 사업 가운데 9개 사업에 대한 예산을 손질하면서 보복성 삭감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박용근 의원은 “예술인과 관광 관계자들에게 주어지는 예산은 적고 업무추진비 같은 운영 예산만 잔뜩 있어 불합리하다는 판단에서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개선이 필요한 사업들에 대해 분석하지 않고, 무조건 예산을 올려달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예결위 전까지 개선하라는 의미에서 지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단과 도의회의 갈등이 예산 삭감으로 번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문화예술인들도 적지 않다. 상생이 필요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면서 자존심 싸움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도내 한 문화정책 전문가는 “이미 지나간 일을 두고 계속해서 개선을 하라고 요구하는 도의원도, 지나친 비난과 공격에 같이 날을 세우는 재단도 결과적으로는 ‘상처뿐인 영광’만 남기는 것”이라며 “예산 삭감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기 때문에 갈등이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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