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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 모터스 유소년 축구클럽 현장

23일 완주군 운주면 전북현대 유소년 축구교실 현장. 초등부선수들의 헤딩슛 연습이 한창이다. ([email protected])

 

"반대로! 빠르게 돌아..그렇지”

 

"자! 다시 수비보고, 지금, 지금..슛팅해야지”

 

완주군 운주면 전북현대모터스구단 유소년 축구교실.

 

23일 오후 완주에서 대둔산으로 이어지는 국도변에 자리한 폐교 운동장에서 축구 꿈나무들의 화이팅 넘치는 땀방울이 한창이다.

 

금방이라도 쏟아내릴듯 잔뜩 찌푸린 하늘, 푹푹 찌는 초여름 오후 그러나 그곳에는 열정으로 가득했다. 골문앞 수비수와 1대1 상황을 염두해둔 훈련. 1대1로 맞선 수비수와 공격수 모두의 눈빛이 빛난다. 아직은 어리지만 눈빛은 월드컵에서 어느 순간 우리가 가슴 졸이며 봤을 법한 그 순간의 상황과 같다. 그리고 그들도 전 세계인들의 자신의 플레이에 주목하고 있는 양 진지한 모습이다.

 

학교수업을 마치고 5시부터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잔디구장에 선 26명의 구단 유소년축구교실의 초등부선수들, 그리고 프로무대에서 활약하다 지도자로서의 첫 걸음을 이들과 함께 3년째 해오고 있는 안재석코치(28).

 

2002년 영광, 그리고 다시 찾아올 것으로 기대되는 월드컵의 어느 순간의 주역이 될지도 모르는 축구 꿈나무들의 미래가 영글어 가고 있는 현장이다.

 

매주 네차례 1시간 30분 정도 계속되는 축구수업은 이들에게 행복한 시간이다. 물론 안코치가 화난듯 어린 아이의 볼을 잡아 당기는 충고가 있지만 이마저도 즐거워하는 얼굴이다. 일반적으로 혹독한 훈련이나 '호랑이같은감독'으로 인식되는 학교 축구부 훈련모습과 코치와는 다른 모습이다. '훈련'이라는 이름보다는 일종의 놀이로 생각하는 아이들. 그러나 안코치의 지도나 플레이에서는 진지함을 잃지 않는다.

 

정기충원이 아니면 결원이 있을 경우 서너명 정도를 충원하는 클럽은 10대1이 넘는 경쟁을 통과해야 하기때문에 축구 기본기나 재능, 신체적인 조건을 검증받은 아이들이다.

 

프로그램에 따라 집중하지만 간간이 혼자서 드리볼을 해보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는

 

유소년 축구클럽의 가장 큰 힘은 '자율 축구'에 있다. 아이들 모두가 자발적으로, 축구가 좋아 가입한 만큼 연습일정에 빠지거나 게을리 하지 않는다.

 

주장 정민교군(6년·완산서초)은 "4학년때부터 시작했다. 앞으로 축구를 계속해 선수가 되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우선은 축구를 하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축구에 푹 빠져 있는만큼 부모들의 고민도 적지 않다. 축구선수로 성공할만한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 그리고 선수로 뒷바라지해 보겠다는 부모들도 있지만 학교성적도 좋아 고민하는 부모들이 대부분. 무엇보다 국가대표나 프로구단 선수로 활약하기까지 고시 패스 이상의 과정을 거쳐야하는 '바늘구멍'도 부모들을 고민스럽게 한다.

 

모처럼 시간이 있어 훈련장을 찾았다는 유재훈군(전주 송원초 6)의 어머니 배미자씨는 "축구를 좋아해 클럽에 가입시켰다. 공부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오히려 축구를 위해 다른 일들(공부 포함)을 미리미리 챙기는 게 가장 큰 변화이자 대견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1시간30분동안 줄곧 구장 밖에서 아들을 지켜보던 배씨는 '운동을 계속 시켜야할지, 그리고 학교 축구부 교육은 어떤지' 등 아들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클럽스포츠는 아직은 과도기다. 학교운동부 시스템에서 서서히 클럽스포츠가 도입되는 과도기에 놓여있는 셈이다. 지난해에는 학교축구부들의 반발로 한 번도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나마 협회차원에서 결정을 내려 올해 처음으로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동원컵 유소년대회에서 클럽은 현재까지 3전 전승을 거두고 있다.

 

안코치는 "클럽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것 같다”며 "대회 출전이 목적이 아니지만 아이들의 실전경험을 위해 대회 출전은 꼭 필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어린 축구 꿈나무들의 체계적인 육성을 위한 유소년클럽시스템. 월드컵 이후 유소년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높아가고 있는 지금. 시골의 한 폐교 운동장에 그 꿈과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이성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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