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태권V와 마징가Z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호남·제주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축제 'WISET-Day'가 열린 24일 전북대 진수당 가인홀.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부교수(39)는 '과학 생활화의 효율적 실천 방안'이라는 주제 특강에서 '잘난 척하고 따분한 과학'이 아닌 '재미있고 쉬운 과학'을 보여줬다.
이날 같은 주제의 포럼 패널로 참석한 문미옥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은 "과학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더라도 과학이 재미있으면 저절로 생활화될 것"이라며 정 교수의 베스트셀러 '과학콘서트'를 꼽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로봇태권V가 마징가Z를 이긴다. 둘의 조종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
정 교수에 따르면, 마징가Z는 주인공이 로봇 안에 들어가서 조종하는 반면, 로봇태권V는 주인공이 태권도를 하는 즉시 로봇이 그대로 따라 움직인다. 반응 속도에서 언제나 앞서는 로봇태권V가 마징가Z를 묵사발로 만든다는 것.
김청기 감독이 1977년 로봇태권V를 만들었으니, 이미 30여 년 전 뇌로 기계를 조작하는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의 상상력이 세상에 나온 셈이다.
정 교수는 그가 개발한 특별한 안경('my history glasses')도 소개했다. 안경에 뇌파를 감지하는 장치를 단 것으로 이것을 쓰고 돌아다니면, 착용자가 보는 재미있고, 놀랍고, 신기한 장면이 '본인도 모르게' 찍혀 스마트폰으로 전송되는 원리다.
그는 "조교 녀석이 이 안경을 쓰고 대전시내를 3시간 동안 돌아다녔는데, 찍힌 사진의 30% 이상이 여자 다리였다"며 "본인이 어떤 인간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물건"이라고 웃었다.
"'나는 생물 점수가 좋으니까 생물학과에 가서 생물학자가 될 거야'같이 꿈을 점수와 과목에 한정하지 마세요."
정 교수는 "중·고교 시절은 평생 고민하고 풀어야 할 중요한 화두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시기"라며 "경계선에 얽매이거나 한쪽 뇌에 자물쇠를 채우지 말고, 자연과 우주, 생명의 경이를 탐구하는 과학자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강 후 정 교수를 쫓아가 '과학콘서트' 개정판에 사인을 받은 전북여고 김은설 양(1학년)은 "천장 높이와 창의력 수치가 비례한다는 '신경건축학'과 걸을 때마다 소리가 나는 피아노 계단이 에스컬레이터보다 이용률이 더 높다는 '재미 이론'(the fun theory)이 제일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전북대 WISE사업단(단장 지은정)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마련한 이번 행사는 올해부터 4개 여성과학기술인 단체(WISE·WIST·WIE·WATCH21)가 통합 운영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 이날 모인 호남·제주 지역 여성 과학자들은 △지역 여성 과학기술인들의 연대 강화 ▲지역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한 정보 교류의 장 확대 등에 공감했다.
이날 WISET(Women Into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 사업에 참여하는 전북대와 군산대·전남대·조선대·제주대 등은 19개 과학 체험관과 전시관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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