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전주방송총국 퇴임하는 김진형 아나운서】마이크 놓는 '입바른 소리'…아쉬운 작별
김진형 KBS전주방송총국 아나운서 부장(57)은 최근 'KBS 아방궁'을 떠날 준비로 바빴다. 신발 굽이 정말 자주 갈릴 만큼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나 퇴임을 앞두니 만나자는 지인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35년 동안 동행해준 분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밥이라도 살까 하는 이야기를 꺼냈다가, 아뿔싸. 일이 커져 버렸다. 오지랖 넓은 선배 못지 않은 오지랖 넓은 후배들이 팔 걷어 부치고 일을 벌였다. 지난 15일 오후 6시30분 전주 리베라호텔 백제홀. 그가 퇴임 인사를 전하는 자리는 결국 2시간 가까이 되는 방송 프로그램이 됐다. 그러나 반전은 울먹울먹 하던 주인공을 대신해 지인들만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아쉬워했다는 사실. 사연은 대략 이러했다. 첫 축사로 국중하 우신산업 대표가 나섰다. 국 대표는 '패트롤 전북' 등 각종 시사 프로그램을 맡으며 얻게 된 별명 '패트롤 수사반장', '패트롤 김 검사'를 떠올리며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당찬 여성"이라고 기억했다. 실제 김완주 지사가 방송 출연했다가 날카로운 질문을 받고 신경이 예민해졌던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는 후문. 바통을 넘겨 받은 이재호 前 KBS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은 "여보, 축하해"라는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사정을 모르던 이들은 당황한데 반해 K본부 식구들은 으레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국장이 "여보"라고 부르면, 그가 "세요"라고 되받아치며 호흡을 맞춰온 오랜 대학 동기. 그의 남편인 '정수 아빠'와도 오랜 친구인 이 국장은 "입 바른 소리 덕분에 선배에게는 깐깐한 후배, 후배에게는 무서운 선배였다"면서 그러나 구석구석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보인 맏언니를 잃은 KBS전주방송총국에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했다. 평소 "왜 그렇게 사나워? "라고 자주 물었던 김승환 교육감도 '불관용'과 '관용'이 그를 설명하는 주요 열쇳말이라고 전했다. 방송인으로서는 냉정함을 유지하지만, 마이크에서 벗어나면 다정한 누이, 친구의 모습으로 다가온다는 것. "아직도 존댓말을 쓰는 친구"에게 "세월이 지나도 김진형의 존재는 계속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울고 웃던 축사가 끝나고 주인공의 35년 방송 생활을 보여주는 영상물이 지나가면서 주인공의 소감을 듣는가 싶더니, 이번엔 갑작스레 암전. 후배들이 준비한 기념 헌정집 '장미 열매로 하늘을 장식하고'(이룸나무)를 전달하는 깜짝 이벤트였다. 어안이 벙벙한 주인공은 무대에 서자 잠시 할 말을 잇지 못했다. 무대 밖 방송을 함께 해왔던 후배들은 "드디어 운다, 운다" 하며 감동을 받고 먼저 울기 시작했고, "35년 보다 지금 이 자리가 떨린다"고 운을 뗀 그는 잠시 울먹이는 듯 했다. 그러나 눈물을 훔칠 것이라 예상했던 주인공이 이내 안정을 되찾고 "제가 잘 살았구나라고 믿으면서 이제 KBS 아방궁 떠난다"며 "이웃집 아줌마와 함께 놀아줘야 한다는 걸 잘 기억해 달라"며 웃으며 무대를 내려왔다. 사회를 보던 김태은 KBS전주방송총국 아나운서는 "노는 법을 잘 모르실 텐데, 걱정"이라며 거들었다. 그도 그럴 듯 아이는 두 명이나, 두 명의 아이를 정성스레 키웠고, 아름다운가게 전주·전북본부 공동 대표와 한국어린이재단 전북 후원회 부회장을 맡을 만큼 삶에서 지인들을 위한 '화수분'을 자처해왔다. 김승수 부지사는 헌정 기념집을 통해 '가끔 좋은 마음으로 바라보며 차라리 멀찌감치 떨어져 있을 걸 후회하는 때가 많다. 그러나 김 선배는 가까워져야 가까워지는 사람이다. 가까워져야 사랑할 수 있고 그로부터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퇴임식은 21일 오전 10시30분 서울KBS홀. 이제 그와 가까워질 시간이 많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