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서울 현대백화점에서 열린 ‘2011 대한민국 아나운서 대상 시상식’에서 장기범 상을 수상한 김진형 KBS 전주방송총국 아나운서 부장(56)의 목소리에서는 지역 아나운서가 전국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올해로 34년 째 최일선에 있는 아나운서인 그는 KBS 전주방송총국의 간판 라디오 프로그램‘패트롤 전북’이 낳은 또다른 스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름다운 가게와 어린이재단 후원회 등 오지랖 넓게 활동한 경력 때문에 덜컥 받은 상”이라면서 겸연쩍어 했다.
7년 넘게 ‘패트롤 전북’을 진행했던 그는 매주 휴일을 반납하고 살면서도 “일이 늘 즐겁다”고 말했다. 최대 자산은 경청하는 능력과 조리있게 설득하는 말솜씨. 특히나 비좁은 지역 사회에서 껄끄러운 사안에 관한 잘잘못을 가려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화를 거북해하는 이해 당사자들을 매번 방송에 앉히는 것은 진행자의 몫.
“쉽지 않지요. 하지만 당신은 이것을 밝혀야 할 의무가 있고, 나는 이것을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고, 도민들은 이것을 들어야 할 권리가 있다고 계속해서 설득합니다.”
사안마다 ‘적당히’가 아닌 ‘분명히’ 짚고 넘어가는 그로 인해 운신의 폭도 줄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현실이라는 걸 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자신이 늘 관찰당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 방송의 신뢰도를 지켜내기 위한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했다.
“방송인은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 때문에 아이들을 키울 때에는 늘 사표를 가지고 다닐 만큼 마음 고생도 심했다. 하지만 그 힘든 시간을 남편과 아이들의 배려로 인해 묵묵히 견뎠다.
10년 넘게 남원방송국 방송부장을 하면서 관심을 기울인 소재로 지난해 라디오 특집 프로그램‘나는 조선의 여인, 김삼의당입니다’을 제작해 KBS 라디오 부문 최우수상(지역)을 수상한 그는 후배 아나운서들에게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에도 욕심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 전주 공동 대표와 어린이재단 전북후원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퇴직을 1년 4개월 남겨두고 있다. “앞으로 뭘 해보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평생 못해본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고 싶다”는 답변 대신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말하기 능력을 진작시키는 일을 자원봉사로 해보고 싶다” 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젠 쉬어야 할까 봐요”란 이야기는 앞으로도 들을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아나운서연합회가 수여하는 장기범 상은 1988년 세상을 떠난 고(故) 장기범 아나운서를 기리기 위해 방송뿐만 아니라 모범적인 사회 활동으로 귀감이 되는 아나운서 또는 관련 단체를 선정해 주는 상으로 김진형 아나운서 부장이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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