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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부족 국가 아닌 더불어 사는 사회 되길 "

헌혈 300회 달성한 민병기 씨

"헌혈도 습관입니다. 일과 중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헌혈은 참 쉽습니다."

 

지난 11일 300번째 헌혈 봉사를 실천한 민병기씨(53). 민씨는 자신을 가리켜 '이 세상에서 가장 보통의 존재'라고 표현했지만 최근 전북도가 혈액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는 '특별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친구들이 저를 '스크루지 영감'이라고 부릅니다. 한 겨울인데도 난방비가 1만원이 안 나와요"

 

지난 1994년 친구 손에 이끌려 처음 헌혈을 시작한 그는 5년이 흐른 뒤 자신의 유일한 '사치품'을 포기하면서 헌혈봉사에 나섰다.

 

절약이 몸에 배어 있던 그에게도 단 하나의 사치품은 바로 평소 즐겨 피던 담배. 그는 지난 1999년 금연을 시작하면서 한 달치 담배 값을 매달 1일 충북 음성군에 있는 '꽃동네'에 기부했다.

 

'돈 쓰는 봉사'를 실천한 그는 '몸 쓰는 봉사'도 함께 하기로 결정하고 헌혈을 시작했다.

 

헌혈은 그의 생활습관을 바꿨다. 2주마다 토요일 오후에 '스케줄'이 생겨버린 것. 이렇게 13년 동안 그가 헌혈한 회수는 어느덧 300번을 채웠고, 이 중 백혈병과 말기암환자들이 수혈용으로 사용하는 혈소판 성분헌혈을 117차례나 된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1년과 2002년에 대한적십자사가 주는 은장(헌혈 회수 30회)과 금장(50회)을 수상했고, 2008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가 가진 헌혈증은 한 손에 꼽을 정도다. 모아둔 헌혈증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대부분 기증했기 때문이다.

 

"삶이라는 것은 늘 어렵습니다. 어떤 특정시기가 어려운 게 아니죠. 이런 마음으로 헌혈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민씨의 친구들은 그에게 "봉사 활동하는 돈으로 보험에 가입하라"고 권한다. 하지만 그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 보험을 들었다고 말한다. 자신에게도 닥칠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해 '보험'대신 '나눔'으로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혈액이 부족한 현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느낀다는 민씨는 "많은 사람들이 헌혈에 동참해 혈액 부족국가가 아닌 수출국가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시민들의 헌혈참여를 당부했다.

김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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