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를 삶는 작업은 하루에 두 번씩 한다. 작업 시간은 약 14시간 정도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새벽이 중요하다. 새벽의 단잠은 5분도 꿀맛이다. 뜨끈뜨끈한 메주방이 나를 붙잡는다. 우리 집은 50여 년 전 지어진 황토집이다. 겨울철만 되면 메주와 함께 동고동락을 한다. 메주방 유혹을 뿌리치고 일어나 주섬주섬 오리털 파카를 걸치고 밖으로 나온다.
어제 오후부터 내린 눈은 남원 상신마을을 하얀 눈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어둠 속에서도 피어나는 하얀 눈꽃들이 아름답다. 한참 눈이 덮인 자연을 만끽한다.
볏짚에 라이터를 켜고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불쏘시개로는 마른 대나무가 최고다. 장작이 하나 둘씩 올려진다. 메주를 쑤기 위한 땔감은 일 년 동안 준비한다.
"눈 속에서도 메주를 삶네". 새벽바람을 맞고 불순재 할머니께서 오셨다. 새벽잠이 없으신 할머니께서 고샅길 눈을 쓰시며 우리집까지 오신 것이다. "할매, 이 눈속을 헤치고 어찌 왔어요. 빨리 아궁이 앞으로 오세요" 새벽 먼동이 뜨기 시작한다. 눈 속에 파묻힌 마을이 장관이다. 눈 덮인 들판에는 짐승 발자국도 없고, 강아지 발자국도 없다. 온 세상이 하얀 고요 속에 갇혔다.
오늘 점심은 김장 김치에 북엇국이다. 큰 사발에 김치를 넣고, 갓·파김치 등으로 어우러진 점심상이 준비됐다. 단백질이 풍부한 북어는 알코올 성분을 분해하고 간 기능에 좋은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숙취 해소는 물론 피곤할 때 먹으면 그만. 북어는 한국 사람들에게 '국민 생선'이라 불리는 생선 중 명태의 다른 형태의 말로 열을 가하면 쉽게 풀어지기 때문에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이롭다고 전해진다. 명태가 마르면서 단백질 비중이 높아져 고단백 식품이 돼 어린 아이들에게도 좋고, 저칼로리 고단백의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기도 한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북엇국 간은 뭘로 맞추느냐"고 물으셨다. "국 간장이요." 그런데도 "국이 맑고 깊은 맛이 난다"며 칭찬해주셨다. "우리집 장은 끓이지 않아요. 그래서 맑은 색깔이 나요."
동네 할머니들께서는 장을 꼭 끓이신다. 그래야 장을 보관하기가 쉽다. 그렇지만 장 색깔이 진해져 다양한 양념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깨끗한 색깔 음식을 조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게 되는 것. 그래서 간을 맞출 때 장 대신 소금을 많이 사용한다. 끓이지 않는 맑은 장의 보관은 햇볕이 좋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면 자연에서 숙성된 맑은 장이 된다. 오늘은 맑은 장을 넣고 끓인 북엇국이 제일 맛있다고 하신다.
[만드는 방법]
△재료 = 북어, 맑은 숙성장, 대파, 마늘, 생들기름
① 북어를 알맞게 찢어 물에 불려 한번 헹군다.
② 냄비에 북어와 생들기름 한 방울 넣고 볶는다.
③ 볶은 후 물을 부어 마늘을 넣고 끓인다.
④ 맑은 장을 넣고 간을 맞춘다.
⑤ 마지막에 대파를 넣고 끓여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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