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71) 삼색전 - 세 가지 나물, 노릇노릇 고소하게~

고사리·미나리·감자순 약한불에서 고르게 부쳐

눈 덮인 산골마을에는 오고가는 차량이 뜸하다. 추자나무에 새둥지도 언뜻 봐서는 알아보기 어렵다. 둥지의 입구도 눈으로 덮여버린 것. 뒷집 불순재 할머니께서 윗길부터 '고삿길'(골목길의 전라도 사투리)을 쓸고 내려 오신다. 오늘은 고삿길 눈 치우기 합동 작전이 시작됐다. 빗자루로는 감당이 되질 않는다. 삽·당거래 등 온갖 도구들이 총 출동했다. 앞을 먼저 쓸고 가는 도구는 당거래다. 이 도구는 벼를 말릴때 사용하는 농기구다. 특별히 눈을 치우는 도구가 없다. 어르신들은 이제 눈을 치우는 도구를 준비해야겠다고 하신다. 한 나절이 되어서야 고삿길이 뚫였다.

 

마을 합동제사가 돌아온다. 제사를 지내줄 자손이 없는 영가들을 모아 합동으로 제사를 올리는 날이다. 모두 여섯 분이라고 한다. 자신의 재산을 마을에 기부한 토지에 농사를 짓은 사람들이 제사 비용을 부담한다. 올 해는 이곳에 고추를 심어 꽤 쏠쏠했다. 마을 제사를 지내기에 앞서 어르신들은 제사회의를 하신다. 제사에 올릴 제물들을 파악하고 그릇·향·초 등 제사에 필요한 용품들을 준비한다.

 

마을에서 연세가 가장 많으신 어르신 회장님께서 제사를 주관하신다. 어르신께서는 제사 비용이 얼마나 필요한지, 또 누가 시장에 데려갈 것인지도 확인하셨다. 도로에 눈이 녹지 않아 길이 미끌미끌했다. 매년 부녀회장 차량으로 시장을 봐왔는데 올해는 운행이 어려워 버스를 타고 장을 보러 나가기로 했다. 마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제사 준비를 하고 음식에 들어갈 양념까지 챙기느라 바쁘다. 전을 할 전기후라이팬이랑 생선찜에 필요한 솥도 내놓는다.

 

생선은 조기·병치·간재미를, 육류는 돼기·닭고기로 올린다. 곶감, 대추, 밤을 비롯해 과일도 준비했다. 농사를 잘 지은 덕분에 제사에 필요한 용품들도 넉넉하게 챙길 수 있었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올해 장을 푸지게 보셨다며 만족해 하셨다.

 

제사에 올릴 삼색전은 고사리·미나리·감자순이 주원료다. 본래 삼색나물은 무·고사리·시금치지만, 구하기 어려운 시금치 대신 감자순이 대신했다. 이런 재료도 없다면 얼마 전 김장 뒤 남은 김치와 다른 야채를 섞어 부쳐내도 괜찮다. 요리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니깐.

 

삼색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 재료가 세 가지 색이 나야 한다는 것이다. 부추와 쪽파, 녹두 등을 사용하면 주황색, 푸른색, 흰색의 조합을 낼 수 있다. 차례상에 올릴 때는 물론 반듯하게 맞추어 잘라 담도록 해야 한다. 상신마을처럼 꼬치에 끼워 내놓기도 하고 세 가지 종류를 각각 부쳐서 한꺼번에 올리기도 한다.

 

전을 부칠 때 주의사항은 노릇노릇하게 속까지 익도록 무조건 약불에서 부쳐야 한다. 또 밀가루를 묻힐 때 한쪽만 묻혀야 예쁘게 부칠 수 있다. 전에 입힌 달걀옷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밀가루를 얇게 골고루 묻히는 것이 중요하다. 밀가루를 묻힌 뒤 한 번씩 털어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의 온도. 온도가 필요 이상으로 높은 경우에는 달걀옷만 빨리 익어 속 재료와 분리될 수 있으니 적당히 고른 온도로 부쳐내는 것이 좋다.

 

[만드는 방법]

 

△ 재료 : 고사리, 미나리, 감자순, 들기름, 장, 꼬지, 밀가루, 계란, 식용류

 

① 고사리, 감자순은 미리 삶아 놓는다.

 

② 고사리, 감자순나물에 들기름, 장을 넣고 밑간을 한다.

 

③ 고사리, 감자순, 미나리를 꼬지에 끼운 다음 적당하게 자른다.

 

④ 밀가루를 골고루 무쳐 계란을 입힌다.

 

⑤ 후라이팬에 노릇노릇하게 구워낸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부尹대통령, 6시간만에 계엄 해제 선언…"계엄군 철수"

정부尹대통령 "국무회의 통해 계엄 해제할 것"

국회·정당우의장 "국회가 최후의 보루임을 확인…헌정질서 지켜낼 것"

국회·정당추경호 "일련의 사태 유감…계엄선포, 뉴스 보고 알았다"

국회·정당비상계엄 선포→계엄군 포고령→국회 해제요구…긴박했던 15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