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철분 풍부 건강식품 빈혈·다이어트 예방에 좋아
오늘은 말날이다. 상신마을에서는 말날에 콩 삶기를 한다. 올해 청국장은 서울 할머니집에서 함께 띄우기로 했다. 처음 삶은 콩은 청국장을 띄운다. 이집저집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고샅길 마다 콩 익은 냄새가 구수하게 난다. 담장 넘어로 서울할머니께서 "영산댁 빨리와 봐"하고 소리를 지르신다. "네, 가요"하며 뛰어간다. "콩이 잘 삶아졌는지 봐." 솥을 열어보니 알맞게 잘 삶아졌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일은 서울 할머니 몫이다. 나는 청국장을 띄우기 위해 대나무바구니, 깨끗한 볏짚, 바람이 들어가 않도록 잘 쌓아둘 담요도 준비했다.
청국장을 띄우는 첫 작업으로 먼저 콩을 씻어 불린다. 3~4시간 불린 콩을 조리질로 쭉정이 등을 가려낸다. 이후 큰 솥에 삶는다. 한 번에 두말반(20kg) 정도를 삶는다. 처음 1시간 끓고 나면 8시간 동안 푹 익도록 약한 불로 뜸을 들인다. 다 삶은 콩은 소쿠리에 건져 두어시간 동안 식힌다.
우리동네 집들은 대부분 50년 전에 지어진 가옥들이다. 황토로 짓은 집에 기와로 지붕 개량만 했던 가옥들이다. 그래서 청국장을 띄우기에 좋은 환경이다. 같은 황토방에서 띄우는 청국장이더라도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 어르신들께서는 청국장을 잘 띄우게 하는 균들이 집집마다 있기 때문이라고 하신다. 메주균이나 청국장균들은 그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닮는다는 것. 집집마다 장 맛이 달라 지는 이유다.
따끈한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서 띄우는 옛날방식이 관건. 번거로운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발효에 그 비밀이 담겨 있다. 옛날식으로 해야 잘 뜨고 제대로된 맛을 내기 때문이다. 손을 대서 따끈함이 느껴지는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뜨거워도, 차가워도 발효가 잘 안된다. 실내 온도는 섭씨 36도 정도, 습도도 70~80%가 딱 알맞다. 청국장을 띄운 방문을 열면 쿰쿰한 냄새와 함께 후텁지근한 기운이 확 느껴져야 한다.
청국장은 김치와 더불어 우리의 대표적 발효식품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미 고구려시대부터 그 맛에 매료됐다. 청국장은 특유의 퀴퀴하고 쿰쿰한 냄새로 가끔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지만 한 번 그 맛을 보면 숟가락을 놓을 수없을 만큼 은근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청국장은 단백질이나 비타민, 미네랄의 섭취 뿐 아니라 철분을 공급함으로서 빈혈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비타민과 미네랄의 도움으로 인체의 신진대사가 촉진되어 비만을 예방하는데 좋다. 청국장은 특히 변비를 치료하고 싶은 경우에는 식전에, 소화 증진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식후에 먹는 것이 좋다. 또한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잘 되게 하려면 저녁에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
[만드는 방법]
△재료 = 메주콩, 볏짚, 대바구니, 이불, 소금
① 메주콩을 8시간 불린 뒤 가마솥에서 5시간 동안 삶는다.
② 솥에서 꺼내 콩물을 뺀 후 대바구니에 담는다.
③ 메주콩 중간에 볏짚을 서너곳 끼워둔다.
④ 3일간 이불을 덮어준다.
⑤ 잘 띄워진 청국장에 소금을 넣어 찧는다.
⑥ 먹기 좋을 만한 크기로 비닐에 쌓아 냉동실에 보관한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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