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무대·조명 비중 커지는데…'지역업체 없어' 지출 두 배로

공연 제작비 왜 비쌀까 - 고급 설비 갖춘 수도권 업체 단가 비싸…담당 감독 태부족, 전문가 양성 아쉬워

▲ 전북도립국악원의 정기 공연 'Miss 콩'.

2013 문화예술지원기금(이하 문진금), 무대공연제작지원사업(이하 무대지원기금) 접수 마감을 코앞에 둔 도내 문화단체들은 마음이 바쁘다. 이맘 때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6000만원(2012년 기준)까지 지역 문화판에 떨어질 거금이 어떤 사업에 흘러들어갈 것인지 관심이 집중돼서다. 비교적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는 무대지원기금을 받는 단체는 그러나 매년 지원금이 적다며 울상이다. 공연의 규모·장르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으나 대개 국악·무용·오페라 공연의 8할은 무대·조명 디자인 비용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 자부담이 없으면 공연 제작이 어렵다. '문화, 경제로 읽다'에서는 공연의 상품가치를 무한대를 높여줄 무대·조명 디자이너가 거의 없는 전북 공연의 현주소를 살펴보기로 했다.

 

지난해 6월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올린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신현창)의 정기 공연 'Miss 콩'. 관현악단·무용단·창극단이 동원 돼 예산 1억600만원이 투입된 이날 공연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것은 무대 제작비(3000만원)었다. 그나마 지자체의 안정적인 지원으로 무대 감독은 물론 조명·음향 감독이 따로 있는 도립국악원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에 속한다. 김태경 도립국악원 조명감독은 "당시 서울에서 고급 조명기기를 빌려와 조명비만 600만원이 들었지만, 조명감독이 따로 없었다면 조명 디자인비는 물론 보조인력까지 추가 돼 1000~1200만원은 족히 들어갔을 규모"라고 했다.

 

그렇다면 민간단체의 상황은 어떨까. 2010년 10월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올린 널마루무용단(단장 장인숙)의 '타고 남은 적벽'.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판소리 다섯 바탕' 대극장 시리즈를 올린 뒤 지난해 우진문화재단에서 소극장 시리즈까지 내놓은 널마루무용단의 '타고 남은 적벽'은 그 중 완성도가 가장 높다는 평을 받았다. 이 공연에 투입된 예산은 8300만원. 도가 지원한 5000만원 중 무대 미술비(1000만원)·조명비(950만원)만 2000만원 가까이 쏟은 셈이다. 무대의 완성도를 높여주기 위해선 무대 디자인은 물론 조명의 역할이 커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지역 공연계는 이와 관련한 전문 인력을 키울 생각이 아직 없다. 열악한 지역 현실에선 무대·조명 디자인의 중요성은 알고는 있으나 관련 교육을 통해 전문 인력이 나오고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대 디자이너는 인물·이야기·주제에 맞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무대를 만든다. 여기에 조명이 잘 어우러지면 효과는 배가된다. 아무리 근사한 의상을 입고 근엄한 표정을 지어도 조명을 잘못 쓰면 촌스러워 보이고, 무대가 좀 초라해도 조명이 고급스러우면 인물이 잘 부각된다. 10만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무대나 출연진들로 치장한 서울의 공연이 전주에서도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현실은 지역 공연계의 그늘이다. 장기적으로 지역 공연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 이상 서울 인력에 기대지 않고 지역 인력을 키워 경쟁력을 쌓아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지역에서 조명 감독으로 활동하는 이는 몇명이나 될까. 고작 도립국악원 김태경 도립국악원 감독, 삼성문화회관 정두영 감독, 극단 '하늘' 조승철 대표가 거의 전부다. 서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도 지역에서 작업하는 무대 디자이너로는 이종영씨가 있고, 무대 감독으론 도립국악원 정재홍씨가 있다. 아주 전문적인 수준까지 기대하지 않는다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 무대·조명팀과 우진문화공간 박영준 감독도 무대나 조명에 대해 이해도가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 대형 공연을 올리기 위한 입체 무대를 제작하는 업체는 물론 무빙 라이트와 같은 고급 조명 시설을 갖춘 업체는 아직 없다.

 

문제는 지역에서 이를 다룰 줄 아는 전문인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않을수록 지역 공연 수준이 낙후된다는 데 있다. 한 공연단체가 예산이 적어 지역 이벤트 업체에 간이 무대를 맡긴다고 치자. 그 무대가 지역 축제에서 재활용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결국 좋은 작품을 올리고 싶은 공연단체는 2배 이상의 제작비를 감수하면서 서울 무대·조명팀을 부르거나 지역의 무대·조명 감독에게 가격을 맞춰달라고 요구한다. 이마저도 안될 경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무대·조명 팀에 협조 요청을 한다.

 

고급 조명기기를 갖추고 있는 서울 업체는 사용료가 일단 비싸다. 지역과 여러 차례 공연 경험이 있는 A 업체만 해도 적어도 500만원부터 값을 매긴다. 이는 조명 디자인 비용을 포함해 기기를 작동할 보조 인력을 포함한 인건비다. 작업 기간이 길어지면 보조 인력의 숙식비 때문에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반면 무대·조명 디자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소리전당 무대기술부가 도와주거나 혹은 지역 업체를 사용하면 부담이 1/2로 줄어든다. 무대·조명팀이 소리전당에서 올려지는 공연에 한해 완성도를 높이려면, 적어도 3일 이상은 그 팀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정권엽 소리전당 경영지원실장은 "무대기술부가 공연장을 제대로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연단체의 이런저런 주문이 많지만, 공연장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데도 빠듯한 상황이라 선을 긋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대·조명 팀이 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알기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대·조명 디자인을 배우도록 하는 아카데미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주시립극단 상임 연출을 맡고 있는 류경호씨는 "지역 대학의 졸업생들이 무대에 서는 것도 좋지만, 일찍부터 이런 전문 분야의 능력을 쌓아 지역에 안착하도록 도우면 좋을 것"이라면서 "문화기획자를 비롯해 무대·조명·음향 감독을 양성하는 일은 지역 공연계의 외적·내적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화정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부尹대통령, 6시간만에 계엄 해제 선언…"계엄군 철수"

정부尹대통령 "국무회의 통해 계엄 해제할 것"

국회·정당우의장 "국회가 최후의 보루임을 확인…헌정질서 지켜낼 것"

국회·정당추경호 "일련의 사태 유감…계엄선포, 뉴스 보고 알았다"

국회·정당비상계엄 선포→계엄군 포고령→국회 해제요구…긴박했던 155분